기관 간 협업으로 농민 애로사항 원샷 해결

[농촌진홍청 정부 3.0 협업 3년… 농촌이 바뀌고 있다] <상> 이동식 농업종합병원

농진청이 지난 4월 우석대 의료진과 함께 전남 장흥군 수동마을을 찾아 운영한 '이동식 농업종합병원' 서비스를 통해 현지 주민들이 체혈 등 진료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한날한시에 아픈 데 봐주면서… 농기계 고쳐주고… 신농업 전수까지

농진청 의료봉사에 농기원 등 동행… 각종 농업 서비스 함께 모아 제공

지자체는 전기·가스 등 점검 나서

"번잡한 일 하루에 해결하니 좋아"… 운영 때마다 주민 200여명 운집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평가한 정부3.0 추진 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정부 3.0은 웹 기반의 전자정부(1.0단계)를 넘어 공공 정보를 개방·공유하거나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농진청이 2년 연속 정부3.0 실적평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관계기관이나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통해 서비스 편의를 높인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내려는 의지를 평가받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경제는 농진청, 행정자치부와 함께 정부3.0을 어떻게 추진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기획을 준비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 우석대 의료원과 함께 전남 장흥군 수동마을을 찾아 의료봉사에 나섰다.

눈에 띄는 것은 의료봉사에 의료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진 14명 이외에 농기계 수리나 신농법을 전수할 전남농업기술원과 장흥군농업기술센터 인력 74명도 동행했다. 의료봉사나 농기계 수리, 신농법 전수를 따로따로 하게 되면 농촌 주민들이 그만큼 일손을 놔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3가지 봉사를 한날한시에 열기로 한 것이다. 의료봉사에다 고장 난 농기계 수리까지 원스톱으로 해 주니 주민들의 호응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수동마을 한 주민은 "한날한시에 아픈데도 고쳐 주고, 농기계도 수리해 주니까 덜 번거로워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의료봉사와 농촌 현장 애로 해결'이라는 '원샷' 지원은 농진청이 정부3.0 전략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농진청은 2010년부터 한림대·순천향대·우석대의료원 등과 협약을 맺고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이라는 농촌 의료봉사 활동을 해 왔다. 2010년 6월 한림대의료원과 강원도 영월 들모래이 마을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경북 청송 참소슬마을, 강원 홍천 모곡마을 등 지금까지 11차례 운영됐다. 한번 의료봉사를 나갈 때 마다 마을주민 200여 명이 진료를 받을 정도로 성과도 좋았다. 지자체들도 의료진 의료봉사와는 별개로 마을환경 정돈과 오래된 전기·가스·수도시설 점검을 해주는 등 일손을 함께 도왔다.

농진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료봉사 기간에 맞춰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힘을 모아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 주기로 한 것이다.

과거 같으면 농진청만의 사업을 추진해 왔겠지만, 정부 관련 부처와도 협업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농진청은 관계부처와의 협업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기술지원을 한 데 이어, 통일부와는 새터민(탈북자)들이 안심하고 농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10차례의 현장컨설팅을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는 초보농업인에게 32회에 걸쳐 작목선정과 농장관리요령, 기술교육 등을 실시했다. 이밖에 출소 예정자들을 위해 법무부와 함께 22회에 걸쳐 기초 영농기술을 교육하고, 취업상담과 귀농에 관한 상담을 진행했다. 지자체와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농진청은 서울시와 함께 노숙인 6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영농교육을 시행했다. 농진청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을 때는 안 보이던 사업들이 시야를 넓히자 농진청이 가진 기술로도 다양한 계층이 유용하게 정보를 얻어 쓸 수 있는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응도 좋다. 실제 농업현장에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사업의 질도 알차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전국 농산물 주생산지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양관리나 병해충 피해에 관한 문제를 사전에 해소하고자 '찾아가는 농업기술 이동상담장터'를 전북 부안 등 20개 지역 837명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참여 농업인의 만족도는 89.1점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농업기술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동식 농업종합병원'은 민관 협업을 통해 더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며 "다른 관련 부처와도 협업해 농촌의 경쟁력이 향상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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