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과 관련해 중소상인들과 체결하는 자율조정협의가 양측의 상당한 입장 차로 문제 해결에 난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심한 SSM의 경우 영업시간 제한 문제는 물론 각 지역별로 다른 조건의 합의 내용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등 접점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8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까지 SSM에 관한 사업조정신청 접수건은 모두 142건으로 이 중 18건만 자율조정에 성공했고 83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대형마트는 11건의 사업조정신청 중 7건이 해당 지자체의 중재 아래 자율합의로 종결됐다.
서울 가락동의 롯데 SSM인 롯데슈퍼 가락점이 최근 개점을 시도하다 지역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대형유통업체, 특히 SSM과 중소상인들간의 첨예한 갈등을 나타내는 대표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점포는 작년 8월 지역 소상공인들이 제출한 사업조정신청으로 인한 일시정지 권고에 따라 최근까지 개점을 미뤄왔다. 이후 서울시 주관으로 양측 사이 자율조정협의가 진행됐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역 상인들이 슈퍼 출점이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협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담배와 종량제봉투 3년간 판매 금지,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제한, 배달 서비스 2만원 이상 구매시에만 제공'의 내용을 담은 강제조정안을 전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중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측은 "처음 사업조정제도를 진행할 때 대형점포의 입점유예까지도 기대했지만 실제 일부 취급품목제한과 영업시간 단축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락동의 경우처럼 기껏해야 종량제봉투와 담배 판매를 막는 정도로는 영세상인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1차 식품 품목까지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대형마트와 SSM을 포함한 전체 자율협의 건수인 25건 중 14건에 영업시간 조정 내용이 포함됐고 담배와 종량제봉투 등의 판매품목제한도 들어있다.
각 지역별로 협의 내용 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지역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판매 품목 제한으로만 협의를 끝냈는데 다른 지역의 협상 내용에는 영업시간 단축도 포함돼 있었다"며 "앞으로 지자체에서 협의체를 구성하면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을 따져 추가로 영업 제한 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중기청 차원에서 자율조정 내용에 대한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기청의 유권해석 결과 사업조정제도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정된 가맹 SSM 역시 양측간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