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7일] 노조, 제몫 챙기기 안된다

“노조가 정부와 한나라당에 줄서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직원은 임금삭감 안 한다니까 집회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됩니까.” 금융노조의 관계자는 지난 15일 예정됐던 청와대 앞 집회 무산을 두고 16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노총과 공공연맹이 청와대가 공기업의 경우 기존 직원의 임금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해주자 강력대응 방침을 철회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오죽했으면 노조 구성원이 상위 노조 집행부가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한국노총과 공공연맹, 금융노조는 이달 초부터 정부의 대졸초임 삭감과 정원축소 문제를 두고 청와대 등과 협상을 벌여왔다. 주도는 공공연맹이 하고 한국노총과 금융노조 등이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연대는 금세 깨졌다. 공공연맹이 대졸초임은 삭감하지만 기존 직원의 임금은 보전해준다는 청와대의 반응에 실리를 챙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후배인 신입직원들의 임금이 깎이면서 조직 내 위화감이 생기더라도 기존 노조원들의 이권만 보장하면 된다는 심산이다. 고용 대란이 현실화되면서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신의 이익과 자리만 보전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턴 채용을 통한 단순 땜질식 일자리 대신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는 노조의 생각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노조의 행위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다. 무조건 집회를 하고 강력 대응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협상력이 없는 대졸신입 임금만 깎겠다는 정부의 생각도 우습지만 신입 직원은 ‘나 몰라라’하는 노조의 모습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는 전직원 임금반납이나 근무시간 축소, 휴가 사용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이 같은 고통 분담을 통해 공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정원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게 노조의 의무다. 내 것만 아는 노조가 아닌 내 조카, 내 자식들을 생각하는 노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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