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라니요? 글로벌 파트너라고 불러주십시오”(나이키 관계자)
연매출 150억 달러의 공룡기업 나이키. 이 회사는 협력사를 하청업체가 아니라 반드시 파트너로 부르고 있다. 특히 소매부문 협력업체들은 현 시점에서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5~6개월전의 주문 가격으로 공급받는‘선물식 주문시스템(future ordering)’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겨냥한 파격적인 조치인 셈이다. 이름값만 72억 달러에 달하는 나이키이지만 협력업체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겸손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의 세계적 휴대폰 제조기업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정보기술(IT)업계에선 시장 점유율 1위의 무서운 경쟁사이지만 협력업체들로선 한없이 부드러운 상생의 동반자로 남아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7,00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유망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을 돕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노키아는 협력업체를 단순 하청업체가 아닌 지식공유 파트너로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결같이 협력업체들을 끌어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업계 1위에 오른 추진력이 바로 협력업체들과의 성공적인 아웃소싱 관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최우열 박사는“각자의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기업들은 하나 같이 효율적인 글로벌 아웃소싱 모델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며“성공적인 글로벌 아웃소싱은 거대한 지구촌 시장을 효과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협력업체들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제품의 개발ㆍ생산ㆍ판매를 글로벌화시키는 거대한 체인을 완성시켜가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대부분의 제조공정을 외주로 처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제조하는 것은 운동화의 핵심 부품인‘에어솔(air sole)’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작 본사가 있는 미국에는 신발 공장이 한 곳도 없다. 판매부문 협력사도 안정적인 가격 및 물량 정책 덕택에 경쟁사로 좀처럼 이탈하지 않는다.
노키아 역시 전체 생산에서 아웃소싱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3년 15~20%에서 2004년엔 20~25%로 높아졌다. 본사에 꼭 필요한 업무와 조직 이외에는 과감히 협력업체들로 이양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이다.
이 같은 아웃소싱의 효과에 대해 최 박사는“사업의 세계화 과정에서 비대해진 조직을 감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을 대폭 축소해 신속한 경영판단을 가능하게 하고 비용절감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는 또“비핵심부문을 과감히 떼어냄으로써 본사 인력을 기술 개발과 마케팅,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등과 같은 핵심업무에 집중시킬 수 있는 것도 아웃소싱의 효과”라고 분석한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아웃소싱 수준은 규모나 질적 수준에서 외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중 아웃소싱을 실시하는 비율은 4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수직적 ‘원청-하청’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아웃소싱 효과를 체감하고 서서히 그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라며 “그러나 단순 비용절감 효과만을 노린 하청 수준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함께 윈ㆍ윈할 수 있는 성숙한 아웃소싱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정상범 팀장(산업부 차장)·이규진·이진우·김성수·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