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상생 리더십 흠집

SSM 2개 법안 처리 무산 싸고 설전…예산국회 진통 불가피

유통산업발전법과 대ㆍ중소기업상생법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의 국회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예산국회의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대화ㆍ상생 다짐을 통해 여야 소통의 창구와 갈등의 완충역할을 해온 여야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예전 같지 않다. 한나라당은 26일 여야 합의대로 SSM 규제법을 순차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반면 민주당은 유통법ㆍ상생법의 동시 처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야가 이처럼 SSM 규제 2개 법안 처리를 놓고 맞붙으면서 김무성 한나라당,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대화정치가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SSM 합의 파기가 앞으로 예산심의에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이어질 경우 올해 역시 연말 대치 정국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사람은 전날 파기된 여야 간 SSM 규제법안 처리를 놓고 이날 입씨름을 벌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출범 이후 양당 간 합의가 처음으로 깨진 날이었다. 합의 파기는 중요한 문제라서 엄중히 항의한다"면서 "오늘이라도 원래 약속한 대로 처리해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 내 일부 강경한 지도자들이 SSM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고 무조건 강경한 주장을 많이 해서 민주당 원내대표단도 합의 사안을 파기할 때 괴로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지도부와 의원 간 의견 불일치를 꼬집는 듯한 뉘앙스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발언이라고 인용한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평화 훼방꾼'파문으로 곤경에 빠졌을 때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공격을 자제했던 김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대놓고 쓴소리를 던진 셈이다. 박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요구하는 분리 통과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고 우리가 검토한 순차통과도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당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더 이상 협상 가능성은 없다는 강경 입장을 확고히 한 것이다. 그는 유럽의회가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담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수정법안을 상정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통과되면 양국의 재협상 또는 분쟁이 불가피한데 이런 돌발변수를 보고도 분리 통과 혹은 순차 통과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공격을 자제하던 여야 원내대표마저 날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연말 국회의 '큰 산'인 내년 예산안 통과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야 간 진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SSM법안을 둘러싼 대립은 예산국회에서 전초전에 불과하다"며 "여야 간 전선이 될 4대강 예산 심의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개헌논의 재점화 등이 맞물리면서 예산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소신 발언으로 여야 합의 파기의 구실을 제공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여야 합의가 있는 만큼 합의를 존중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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