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홀이었는데 티박스에 설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퍼터도 잘돼서 4타 만에 뻐디를 잡았죠. 다음 시합에도 이 느낌으로 가야죠."
프로골프 선수들이 흔히 쓰는 말을 조합한 문장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일본식 표현이나 잘못된 발음·표현을 찾아보자. 알고 보면 이 짧은 3개의 문장에도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5곳이나 된다.
먼저 파5홀을 롱홀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파3홀 중 일반적인 코스 세팅보다 긴 홀을 롱홀이라고 한다. 티박스는 티잉그라운드로 고쳐야 한다. 또 도구인 퍼터와 행위인 퍼트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 문장에서는 퍼트로 쓰는 것이 맞다. '뻐디' '뻥커' '꼴프' 등 된소리로 잘못 발음하는 선수들도 많다. 시합은 일본식 표현이므로 대회라고 불러야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바른 골프 용어'라는 메모를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2장씩 나눠줬다. 1장은 선수용, 1장은 캐디용이다. 올바른 용어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인쇄물까지 나눠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협회 측은 "KLPGA 투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프로 선수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선수들이 KLPGA를 대표하는 얼굴로 인터뷰 때 올바르고 정확한 골프 용어를 사용해 KLPGA의 위상을 제고하고 갤러리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올 5월 정창기 경기위원장이 선수들에게 인터뷰 요령을 교육하고 8월에는 현직 아나운서를 강사로 초청해 교육을 하기도 했다. 모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전달된 자료에는 선수뿐 아니라 일반 골퍼들도 새겨보면 좋을 내용이 많다. 라운드 시작을 뜻하는 말은 티업이 아니라 티오프이며 홀컵은 중복 표현이다. 홀 또는 컵을 선택해 써야 한다. 라운딩은 라운드로 고쳐야 하고 라이와 라인은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라이는 볼이 놓여 있는 상태 또는 위치이고 라인은 볼과 목표물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이다. 흔히 쓰는 양파도 더블 파 또는 그 홀의 기준타수에 맞춰 트리플 보기(파3홀), 쿼드러플 보기(파4홀), 퀸튜플 보기(파5홀) 등 정식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