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만족 못한다구요? 그럼 만져보세요!"

獨 작가 린넨브링크 '물감붓기' 기법 작품 전시

독일작가 마커스 린넨브링크가 그의 대형 작품‘ZUBEGINNLIEGTDIEZEITALSGESCHENKZUUNSRENFUESSEN’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작품 제목은‘태초에 주어진 시간이라는 선물’이라는 뜻이다./사진제공=더컬럼스갤러리

“눈으로 본 것을 몸으로(physically) 확인하고 싶다면, 만져보세요.” 2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열고있는 독일작가 마커스 린넨브링크(48)가 손으로 작품 표면을 슥슥 문지른다. 캔버스를 세워놓고 위에서 아래로 물감을 쏟아 부어 제작한 그의 작품은 물감이 흘러내린 자국, 물감이 화판 밖으로 뻗어 고드름처럼 굳은 흔적 등이 만지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 도자기처럼 매끈하게 처리한 반짝이는 표면 역시 손대고 싶어지는, ‘조각적 회화’다. 언뜻 의류브랜드 폴스미스의 스트라이프 문양을 떠올리게 하지만 ‘색띠’ 이면에는 견고한 과정이 숨어있다. 바탕에는 수채나 에어브러시로 그린 밑그림이 있다. 그 자체로도 한 폭의 풍경화인데, 그 위에 에폭시를 두껍게 깔아 깊이감을 준다. 이 위에 물감을 흘려 붓는데 곧게 흘리는 작업이나 색의 배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밝은 빛 아래서는 색의 교차와 겹침에 의한 일렁이는 착시, 어둠 속에서는 형광 안료의 은은한 발광이 있어 흥미롭다. 흐르고 쌓이고 굳은 색상의 켜 속에 작가는 시간성과 기억을 담는다. 이런 특성은 조각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색깔과 색깔 사이에는 귀걸이나 동전, 장난감 등 언제 없어졌는지 알 수 없는 추억의 물건들이 묻혀있다. 마치 지층 속 유물과도 같다. 제작과정 역시 시간차를 두고 물감을 붓고 마른 뒤 또 부어 만드는 것이 지층 형성과정과 비슷하다. 린넨브링크는 작품 제목을 띄어쓰기 없이 적는다. “색들이 합치고 쌓여 한 덩어리가 되듯 제목도 그런 맥락에서 빈칸 없이 붙여쓴다”는 설명이다. ‘물감붓기’ 기법은 15년 전부터 시작했다. 색을 여러 겹 쌓아 드릴로 동그란 구멍을 내 문양을 만든 작품도 대표작이다. 부조회화와 조각 등 22점이 청담동 더컬럼스갤러리에서 7월 18일까지 전시된다. (02)3442-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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