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백이 집으로 앞섰다

제5보 (81~100)


아예 좌상귀에서 손을 빼고 81로 두었다. 검토실이 소란해졌다. “이게 뭐지? 흑대마가 아직도 불안하다는 것인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하는 특기를 지녔구먼.” 서봉수에게 설명을 부탁했더니 한참 들여다보다가 말한다. “재미있는 착상이야. 좌상귀는 흑이 받기가 아주 난처한 자리거든. 난처하면 손을 빼라는 기훈 그대로지. 더구나 좌상귀는 흑이 손을 빼어도 흑이 손을 안 빼고 둔 것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는 점이 묘미가 있어요.”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흑이 81로 89의 자리에 받았어도 똑같은 절충으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천야오예가 90으로 침입했을 때 검토실에 최철한9단이 들어왔다. 백90을 보더니 한마디. “독수로군요.” 흑91은 가장 강경한 응수. 백이 계속 움직이면 패는 날 수 있지만 팻감이 없다. 백92는 패도 내지 않고 좌하귀를 살리겠다는 사전 공작인데 구리는 대범하게 93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귀는 살려주고 두텁게 둘 심산이다. 98까지 알뜰하게 완생. 이젠 도리어 백이 집으로 앞서는 바둑이 되었다. 흑99는 진작부터 노리던 자리. 참고도1의 백1로 받으면 흑2로 우지끈 끊어 버린다. A와 B의 단점이 남아서 백의 낭패. 검토실에서는 참고도2의 백1, 3이 제시되고 있었다. 나중에 A로 생환하는 뒷맛이 남는다는 게 포인트. 그런데 천야오예는 100의 역공을 들고나왔다. 일단 박력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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