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의 박스권’, 이번엔 돌파할 수 있을까. 지수가 1,400선을 넘어서면서 증시 관심사가 다시 박스권 돌파 여부로 쏠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4월 말 이후 1,350~1,440선 사이에서 제한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우선 이 구간을 상향 돌파해야 한다. 우선 외국인 매수세 강화와 프로그램에 따른 수급 개선이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일본 증시가 저항선을 뚫고 있는 점도 코스피의 박스권 상향 돌파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40선 돌파 ‘3전 4기’ 도전=2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일에 비해 0.18포인트(0.01%) 하락한 1,411.48로 장을 마쳤다. 프로그램 매도를 포함한 기관 순매물이 3,108억원어치 쏟아졌으나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630억원, 182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면서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로써 이달 들어 1,400선을 다시 넘어선 증시가 1,400선을 오랫동안 갇혀온 박스권 탈출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코스피지수는 5월20일 연중 최고점인 1,436포인트까지 오른 후 6월2일(1,437포인트), 6월12일(1,436포인트)에도 박스권 돌파를 시도했으나 연거푸 실패했다. 그러나 이날 지수가 1,400선을 넘은 상황에서도 프로그램 매도세에 맞서 꿋꿋함을 보여줌으로써 박스권 상향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또 5일ㆍ10일ㆍ20일ㆍ60일 이동평균선이 모두 상향 추세로 지지선 역할을 해주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달까지는 증시가 프로그램 매도에 휘둘려 낙폭이 컸으나 최근에는 외국인의 현물 매수세 등이 받쳐주면서 보다 긍정적인 흐름이 일고 있다”며 “조만간 큰 폭의 상승세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박스권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ㆍ프로그램 수급개선에 달린 듯=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기 위해서는 펀더멘털 개선이나 수급 호전, 경기지표 상향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기지표의 경우 단기간에 이전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펀더멘털 역시 2ㆍ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이미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Surprise)’ 수준이 아니라면 ‘결정적 열쇠’가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결국 박스권 돌파는 최근 매수세를 재가동하고 있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세 강화에 달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다시 현물시장에서 매수를 확대하고 있고 프로그램 매수를 결정짓는 선물시장의 베이시스도 개선되는 모양새”라며 “수급 개선을 바탕으로 지수가 1,440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증시 상승세도 ‘우군’=저항선 돌파에 나서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증시 흐름도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에 긍정적인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일 3,000포인트를 넘어선 후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7월 들어 1만포인트 돌파에 나섰다가 실패했으나 최근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감안할 때 재차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같은 각국의 증시가 주요 저항선을 탈환할 경우 코스피지수 역시 박스권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우군(友軍)’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중요한 구간대를 넘어선 만큼 코스피의 지수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