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론스타와 싱가포르투자청 등 외국자본들이 거액의 지방세를 탈루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국내외 로펌을 통해 고도의 법적 자문을 받고 휴면법인(이른바 ‘빈껍데기’ 법인)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지방세를 탈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사뭇 달라진다. 이들의 탈루 수법은 결코 고도의 법적 자문을 이용한 ‘최첨단’ 방식이 아니었다. 최근 수년간 동네 구멍가게 법무사 사무실에서조차 친절하게 자문과 실무까지 대행해왔던 지방세 탈루의 ‘고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 말을 그대로 빌리면 이 수법을 쓰는 국내법인ㆍ개인투자자 때문에 매년 줄줄 새고 있는 지방세만 ‘천문학적 규모’란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로부터 거액의 지방세 폭탄을 맞은 외국법인들의 “국내법인이 하면 로맨스요, 외국법인이 하면 불륜이냐”는 볼멘소리는 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허술한 국내 세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서울시가 동북아금융허브로서 서울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개최한 아시아금융센터정상회의(AFCS) 현장을 떠올려보자. 회의 첫날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우리 정부에 ‘경쟁력 있는 세제(comparative tax)’를 적극 주문했다.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듯 이후 회의에 참석했던 해외금융계 유력 인사들은 줄리아니 전 시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부 관료들에게 똑같은 바람을 피력했다. 이들은 ‘한번 투자한 돈은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해주겠다’ ‘정당한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합리적 법적 근거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반으로 한 법ㆍ제도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최근 불거진 외국법인들의 지방세 탈루 의혹 논란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북아금융허브, 외자유치 확대를 외치기 전에 먼저 조세 불평등 시비를 부추길 수 있는 각종 부실 세제부터 섬세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분명 중앙ㆍ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