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융 근본 흔들어…연체율 상승 불보듯"

"연체하는게 이자율 더 낮아…모럴해저드 우려" 반발


은행들은 모든 연체이자율을 약정이자의 ‘1.3배’로 묶는 것은 금융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라고 반발한다. 신용등급과 대출금리에 엇박자가 나고 고객들은 연체이자에 대한 부담이 없어 연체를 쉽게 생각하게 되며 은행들은 충당금 부담이 커져 대출을 꺼리는 악순환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법이 시행됐음에도 시스템 수정이나 연체율 조정 등은 하지 않고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연체하는 고객이 대출금리가 더 싸다(?)=은행들은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신용도가 좋은 고객이나 주택을 담보로 맡긴 고객은 대출금리를 낮게 해준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락하면서 3~4%대로 대출 받은 고객들도 많다. 신용도가 좋은 고객이라도 연체를 하고 연체기간이 길어지면 신용도가 낮아져 대출금리가 올라간다. 그러나 연체이자율을 약정이자의 1.3배로 묶어두면 3~4%에 대출을 받은 후 연체해도 연체이자율이 4~5%대에 불과하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7~8%에 대출을 받은 후 정상적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 고객보다 더 낮은 연체이자를 내게 되는 셈이다. 은행들이 연체기간에 따라 연체가산금리를 추가하는 제도도 무용지물이 된다. ◇대출 갚을 돈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연체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면 만기 때 상환하는 고객도 줄어들게 된다. 만기 때 목돈을 상환하는 것보다 그 돈을 굴려 연체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면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가령 4~5%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받았다가 만기 때 갚지 않으면 5~6%의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그 돈을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6%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돈을 갚는 것보다 안 갚고 연체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고객들의 연체율이 급상승하는 것은 물론 은행들은 언제 대출해준 돈을 상환 받을 수 있을지 기약하기 힘들다. ◇풍선효과, 결국 부담은 고객의 몫=‘1.3배’ 룰은 대부업법의 다른 내용과도 상충된다. 대부업법은 여신금융기관이 연체이자를 정할 때 연체금의 관리비용, 연체금액, 연체기간, 금융업의 특성 등을 고려해 49% 이내에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1.3배’ 룰은 이러한 내용과 배치된다. 은행들은 연체이자율을 약정이자의 1.3배로 묶으면 은행들의 연체에 대한 부담, 충당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정상 고객에 대한 대출을 꺼릴 뿐 아니라 기존 고객이 대출을 받을 때 그에 상응하는 비용부담이 전가되면서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적정마진을 남기고 고객 돈을 관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손해가 커지면 다른 쪽에서 비용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며 “1.3배 룰은 정상적인 고객에게 비용을 받아 연체고객의 부담을 메우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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