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에…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한전 "신고리 원전 가동위해 불가피"… 주민 반발 심해 충돌 우려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가 결국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미룰 경우 겨울 전력난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어서 송전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력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 주민들이 여전히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며 공사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공사 강행시 충돌이 우려된다.

15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9월 이후 중단된 경남 밀양 지역 송전탑 공사를 20일 전후로 재개한다. 한전의 관계자는 "올 12월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신고리 3호 원전 가동을 위해서는 더 이상 송전선 공사를 늦출 수 없다"면서 "한전과 합의가 이뤄진 지역, 반대가 없는 지역부터 공사를 시작하고 보상협의나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한전의 765㎸(76만5,000볼트) 신고리~북경남 고압송전선로 건설사업 중 하나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90.5㎞ 구간에 송전설비를 설치하려면 울주군ㆍ기장군ㆍ양산시ㆍ밀양시ㆍ창녕군 등 일대 5개 시ㆍ군에 철탑 161기를 세워야 한다. 하지만 착공 후 지금까지 공사가 11차례에 걸쳐 중단됐고 주민의 반대로 밀양 4개 면의 철탑 52개를 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준공 목표 시점보다는 3년 늦어졌고 2007년 정부의 사업승인 이후 8년 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전력 당국이 공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늦출 경우 올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예방정비나 고장 등으로 가동을 멈춘 원전은 국내 23기 중 9기에 달해 당장 여름 전력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올해 12월 신고리 3호기(140만kW급)가 정상 가동되면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송전선로가 밀양에서 끊기면 무용지물이다. 막상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송전선로가 없어 겨울철 전력대란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 모든 장비를 다 끌어모아도 송전탑 52기 공사 기간이 적어도 8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공사 시작은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절박감에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2일 밀양시 상동면 가르멜수녀원을 방문하는 등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근 일곱 차례나 밀양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한전은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설비 존속기간에 걸쳐 매년 24억원 지원 ▦선로주변 토지가치 하락 보상을 34m에서 94m로 확대 등 지원사업 입법화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125억원에 40억원 증액 갈등 해소를 위한 13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이주 희망 주민에게 주택 매입비와 이사비를 지원하고 송전선로 선하지 21만㎡에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고압송전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또 고압송전선로가 마을을 지나면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돼 건강권에 직접적인 침해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공사와 상관없이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송전탑 예정지 진입로 일부를 반대 주민이 점거하고 있어 공사가 재개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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