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가 정보기술(IT) 투자를 줄이는 대신 일반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안정적인 수익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진데다 IT분야의 수익이 기대만큼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은 지난해 8,671억원의 신규투자에 나선 가운데 일반제조업 투자가 전체의 31%로 지난 2008년의 25%에 비해 6%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IT분야의 투자비중은 22.7%로 전년보다 6.4%포인트 낮아졌으며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투자비중도 24.3%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로 안정성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면서 공장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일반제조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IT분야의 경우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 개선속도가 늦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털이 안정성 위주로 투자에 나서면서 창업 3년 미만의 초기벤처에 대한 투자비중은 28.6%로 전년에 비해 11.5%포인트나 낮아졌으며 모태펀드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조4,163억원 규모의 74개 조합이 새로 결성됐지만 이중 84.6%가 모태펀드에서 출자한 조합이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조합결성 규모가 지난해보다 3,649억원 가량 줄어든 1조514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정책공사, KIF 등이 벤처투자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모태펀드의 출자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신규투자는 지난해보다 3,500억원 정도 증가한 1조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분야별로는 IT와 일반제조가 각각 3,761억원, 3,710억원으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엔터테인먼트에 1,486억원 정도가 투자될 전망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상무는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신규조합 결성규모가 컸던 점을감안할 때 올해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면 신규투자가 큰 폭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