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프리보드 기업이 7월 개설 예정인 중소기업전용시장(코넥스)으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프리보드시장이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장외시장(OTC)화를 놓고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 자칫 시장 자체가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프리보드 지정종목인 A사는 하나대투증권을 지정자문인으로 코넥스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프리보드 지정종목 가운데 코넥스시장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된 것은 A사가 처음이다.
문제는 A사를 시작으로 자칫 탈(脫)프리보드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보드시장이 투자자 이탈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신규 지정종목도 사라지면서 자금조달 등 기능을 잃은 지 오래인 상황에서 기존 프리보드 종목까지 이탈한다면 시장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미 프리보드의 하루 거래대금은 몇 천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지 오래다. 올 들어 1억원 이상 거래대금을 기록한 거래일도 단 30일에 불과하다. 신규 지정종목 수도 지난 3월 이후 전무한 상태. 특히 2012년(6개사)과 2013년(1개사) 신규 지정종목이 단 7개사에 그친 데 반해 같은 기간 21개사가 지정해제 되면서 지난해 초 총 62개사였던 프리보드 지정종목 수도 현재 49개사로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코넥스시장 개설→프리보드 종목 코넥스시장 이전→지정 종목 수 감소→거래량 감소→투자자 이탈' 등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결국 프리보드가 '시장 폐쇄'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프리보드가 위기에 빠져있지만 해법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프리보드를 코넥스시장 신설에 맞춰 비상장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외시장(OTC)으로 만드는 데 대해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 간 시각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이 "사실상 논의가 끝났다"는 데 반해 금융 당국은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프리보드의 OTC화가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투협 측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는 코넥스시장 신설이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작업 등으로 프리보드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시간이 없을 뿐 양측 간 논의는 사실상 완료된 상태"라며 "다만 금융위에 추가 설명 과정을 거쳐야 하고 또 시스템 개발 등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프리보드가 OTC로 거듭나는 데는 최소 4~5개월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프리보드를 0TC로 만들기 위한 규정 개정 등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며 "프리보드는 유가증권이나 코스닥시장 등과는 다른 성격의 시장이기 때문에 코넥스라는 새로운 시장이 설립된다 해도 이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넥스시장 개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정자문인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4~25일까지 최종 상장기업을 결정한 뒤 다음달 1일 9시 코넥스시장 문을 열 계획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교보증권과 대신증권ㆍ신한금융투자ㆍIBK투자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키움증권ㆍKB투자증권ㆍ하나대투증권ㆍ하이투자증권ㆍ한국투자증권 등 지정자문인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개사가 코넥스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의 업종은 교육서비스는 물론 식품제조, 자동차부품, 소프트웨어, 바이오, 전자 집적회로, IT인프라, 차량매연저감장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 반도체장비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