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할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정부 종합대책이 등장했다. 금융사가 처음 거래할 때를 제외하고는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할 수 없고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정보수집을 억제한다는 게 골자다. 고객이 요청하면 정보제공을 철회하거나 신용조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정보의 주체이면서도 금융사에 철저히 외면받았던 고객의 정보결정권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반갑다. 활용수단으로만 여겨졌던 개인정보가 이번 기회에 보호 대상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번 대책은 범정부 차원의 사실상 최초의 정보보호 종합대책으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개인정보를 삭제하려면 고객이 금융사에 일일이 신청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피해액 산정이 쉽지 않아 효과가 의문스럽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상당수 대책들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는 데 있다. 정부 대책을 실천에 옮기려면 신용정보법·금융지주회사법·여신전문업법 등 금융 관련 법률만 5~6개를 고쳐야 한다. 금융사기 범죄를 막으려면 전기통신사업법도 손을 대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정작 법안을 다뤄야 할 여야의 관심은 온통 석 달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에 쏠려 있다. 간첩사건 조작 의혹, 통합신당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까지 돌출하면서 관련법률 개정이 4월 임시국회에서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디지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개인정보 보호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고객의 소중한 정보가 기업 마음대로 갖다 쓰는 마케팅 수단이 되고 해커의 먹잇감이 되도록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정보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방치됐던 정보보안의 벽을 높일 때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4월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야말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최고의 전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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