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간부 자녀니까 성적 잘 줘라?

학교 “절차 밟은 일, 문제없다”

서울 시내 모 명문 여고에서 학교 간부 자녀에게 상을 주기 위한 성적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교사들에 대해서는 함구령을 내리는 등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는 물론 유사한 비리 의혹이 제기된 다른 사립학교까지 재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열린 서울 시내 모 여고의 수학경시대회에서 이 학교 교무차장의 딸이자 3학년 재학생인 A양의 성적이 부풀려져 수상자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중등교육정책과 소속 장학사 2명을 파견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이 학교 일부 교사들은 7월 15일 경시대회 시상이 끝난 뒤인 여름방학 중에 A양의 부모와 친분이 있는 B교사가 대회의 출제와 채점을 도맡았던 점을 이상하게 여겨 답안지를 재검토 했다. 그리고 100% 서술형이었던 시험에서 A양 답안지의 풀이 과정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답안만 비슷하면 점수를 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 측은 B교사와 문제 제기를 한 두 명의 교사, 수학과 주임, 교감 등 5명이 참석한 당사자 간의 의견 교환, 수학과 교사들이 모두 모여 논의하는 수학교과협의회, 교장ㆍ교감ㆍ교무부장ㆍ연구교과부장 등이 참석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문제를 논의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3명의 교사들이 다시 채점기준을 합의해 전 학생의 답안지를 다시 채점토록 했고, 그 결과 문과반 공동 9등으로 입상 대상 순위(1~9등)에 올랐던 A양은 12등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미 시상식도 끝난 상황에서 새 채점 결과에 따라 상을 빼앗는 것이 수능을 앞둔 학생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며 기존 시상자는 그대로 두고 두 명의 학생에게 추가로 상을 주는 것으로 8월 말 최종결론을 내렸다. 학교 측이 A양의 시험지를 재채점한 교사에게는 구두경고를, 의혹을 제기한 교사들에게는 함구령을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고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함구령과 관련해서는 “굳이 함구령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차원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무차장은 또 지난해 A양과 조카를 이 학교로 위장전입시키고도 학교로부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당시 학생들이 전학한 지 이미 3개월이 넘어 해당교사에게 주의만 줬다”며 "위장전입이라도 3개월이 넘으면 원래 학교로 돌려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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