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은 웬만해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시장으로 통한다.
장기적인 보험상품의 특징상 단발적인 히트로 시장에 충격을 주기 어렵고 고객들도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충성도가 높아 시장점유율이 요지부동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견고한 보험시장에서 이례적인 약진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보험사가 있다. 바로 손해보험업계에서 만년 3위로 통하는 동부화재 얘기다.
동부화재는 올 1ㆍ4분기(4~6월)에 자동차보험시장에서 15.9%의 점유율로 현대해상을 0.3%포인트 차로 제치고 삼성화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동부화재의 2위 등극은 지난 1996년 이후 무려 16년 만에 일어난 일로 놀란 업계는 동부화재의 선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동부화재가 잔잔한 호수 같던 시장에 파문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에 주목한 덕분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남 사장의 역할이 컸다.
실제 김 사장은 2010년 5월 취임한 후 확대 일로에 있던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드라이브로 동부화재를 온라인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는 자동차보험시장에서 동부화재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온라인 전업사 관계자는 "동부화재가 카드업체 등과의 제휴, 오프라인 서비스와 연계, 대대적인 마케팅 등에 나서면서 온라인시장의 파이가 더 커졌고 한편으로는 시장경쟁도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사내 소통능력도 인정 받고 있다.
'CEO와의 통통통(通通通)'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과의 교감에 스스럼없이 나서면서 동부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업무 동기를 잘 끌어내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6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고객의 소중함을 알고 서비스정신을 새롭게 가다듬을 것과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수익 기반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특히 해외시장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는 내수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실제 동부화재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뉴욕지점 등을 열며 현지화에 나서고 있고 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 동남아 등지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시장은 "동부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헌신과 몰입, 창의와 도전, 열정과 도약의 자세로 100년 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자"며 "특히 해외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잡아 100년 기업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