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시아 시위대에 밀려 동부지역의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실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170억달러(약 17조5,44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최종 승인했지만 이미 피폐해진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각 지역 주지사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등지로 파견된 정부군이 시위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경찰과 군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군과 보안요원 중 상당수가 친러 시위대에 무기를 들고 투항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가 실시해 온 대(對)테러 진압작전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투르치노프 권한대행은 "동부 하리코프와 서부 오데사를 지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변에서 친러 시위대가 날로 중앙정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 지역은 이미 러시아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NYT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조기대선 전에 혼란을 가중시켜 서방에 유리한 정부 수립을 막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접경지역에 배치한 러시아군 4만명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 지역 무장시위대는 11일 도네츠크·루간스크 등에서 자치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지역 주민 중 분리독립과 러시아 편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20%도 안 된다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국제사회학기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투표 결과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IMF는 이날 미국·러시아 등 24개국 대표가 참석한 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에 앞으로 2년간 17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했다. IMF는 32억달러를 즉시 지원할 예정으로 일부는 러시아에 밀린 천연가스 값 22억달러를 갚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원규모가 우크라이나의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으로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