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뭘 가리키는 거지?'
퍼트에 관심이 많은 골프팬이라면 최근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애덤 스콧(호주)이 퍼트를 하기 전 취한 특이한 루틴을 기억할 것이다. 볼 뒤에 서서 손으로 홀 방향을 가리키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AimPoint Express)'라고 불리는 퍼팅 루틴(routine·퍼트를 하기 전 일정하게 반복하는 행동과정)이다. 그린의 기울기를 가늠해 퍼트의 겨냥점을 찾는 데 이용된다. 올 들어 이 방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스콧의 퍼트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는 퍼트 능력을 보여주는 스트로크 게인드-퍼팅 부문에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6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102위에 그친 것을 포함해 2007년 이후 한 번도 100위 안에 들지 못했던 그다.
이 방법의 효과인지 검증할 수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2일 여자골프 세계 1위에 복귀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남녀 1위 선수의 공통점인 셈이다. 3년 전 루이스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후 현재는 30명 가까운 선수가 활용 중이라고 한다.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는 기울기에 대한 골퍼의 감각과 삼각측량법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방법은 이렇다. 볼 뒤쪽에서 홀을 향해 선다. 볼에서 홀까지의 좌우 경사도를 감지한다. 경사도는 0~10 가운데 한 단계로 결정한다. 평지인 0에서 10으로 갈수록 경사가 심하다는 의미다. 경사도를 정했다면 그 경사도 숫자만큼의 손가락을 펴서 이 손가락이 자신의 눈과 홀을 잇는 선상에 놓이도록 팔을 뻗는다. 손가락 개수로 만들어지는 가로 폭만큼이 볼이 휘어지는 각도가 된다. 예를 들어 사진 속 스콧의 경우 경사도 2에서 두 손가락의 내측을 홀 끝에 맞추고 있으며 손가락 외측으로 보이는 홀 옆의 지점이 퍼팅 겨냥점이 된다. 이 지점을 향해 퍼트를 해주면 볼은 경사를 타고 홀 쪽으로 휘어진다. 내리막일수록 거리가 멀수록 옆 경사에 따라 휘어지는 각도가 커지므로 경사도를 크게 설정해준다.
이외에도 그린 경사를 읽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지금은 침체에 빠졌지만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는 그린에 납작 엎드려 그린을 읽는 '스파이더맨 자세'로 퍼트 약점을 보완했다. 지면에 가까울수록 기울기와 잔디의 결이 잘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중요한 퍼트를 앞두고 양손으로 모자챙을 감싸고 그린을 읽는다. 터널 효과를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미세한 굴곡을 간파하기 위해서다. 캐리 웹(호주) 등이 사용하는 측량추 방법은 전통적인 요령이다. 퍼터 손잡이를 가볍게 잡아 퍼터를 수직으로 늘어뜨리고 한쪽 눈을 감은 뒤 홀 주변 지면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는지 확인한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법이든 더 큰 확신을 주는 루틴이 자신만의 비결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확신은 퍼트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