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캠프엔 3가지가 없다?

각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 캠프가 이른바`삼무고'(三無苦)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캠프를 방불케 하는 캠프 규모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워진 선거법에 묶여 명함과 밥값, 활동비가 없는 '3무(無)' 상태에서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생겨난 말이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와 배우자, 후보 지정 수행자 1명 등 3명만이 후보 이름이새겨진 명함을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법정 선거운동기간이시작되는 오는 18일 이전에는 유급선거운동원 수를 5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70∼80명에 이르는 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후보 캠프와 50여명에 달하는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캠프 소속 선거운동원 대부분이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하면서 각자 호주머니를 털어 각종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나마 현역 의원이나 중앙당 당직자, 의원 보좌관 등 `투잡(Two Job)족'은 주머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업(專業)' 참모진의 자금사정은 더욱 빠듯하다. 이에 따라 강 후보 캠프에서는 현역의원이 자원봉사자의 밥값을 내는 경우가 많아 식대만 해도 만만치 않다는 의원의 하소연도 흘러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 후보 캠프의 경우 당내 경선후보 캠프 등 각계에서 헤쳐 모인 인사들이 명함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대부분 기존 명함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어 명함만으로는 오 후보 캠프 소속이란 사실을 입증할 길이 없다는 것. 특히 대민접촉을 맡은 `조직책'들의 경우 명함을 내밀었다가 선거운동원을 사칭한다는 오해받기 일쑤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오 후보 캠프는 고육책으로 후보 이름을 뺀 채 `서울시장 선대위'라는 글자가 새겨진 명함을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복잡한 선거법 규정에 대한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강 후보 캠프의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선거법이 하도 까다로워 법률담당자는 법전을 옆에 끼고 선거법만 따져보다 하루가 다 간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선거법상 김밥은 간식으로 간주돼 방문객 제공이 허용되지만 식사대용으로 분류되는 라면 제공은 불법인 탓에 강 후보 캠프는 사무실에 있던 라면박스를 아예 치워버렸다. 김밥을 하도 먹어 이제 쳐다보기 싫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오 후보 캠프도 오 후보가 선거운동에 상당한 제한을 둔 `오세훈 선거법'의 당사자인 만큼 선거규정 위반으로 자칫 꼬투리라도 잡히지 않을까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선관위 고시 서울시장 선거비용 한도액(34억5천200만원)의 집행내역이 선관위에유리알처럼 공개되는데다 한도액을 0.5% 이상 초과하거나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벌금형을 받을 경우 당선무효 처리되기 때문에 선거비용 집행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있다. 오 후보 스스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밥값을 내지 않고 있어 처음에는 지인으로부터 `야박하다'는 오해를 받았을 정도. 이밖에 선거비용한도액의 50%내에서 모을 수 있는 후원금 모금기간도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18일 이후로 한정돼 있어 비현실적이란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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