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강남권 물건에 대한 첫 경매가 열린 7일 서울 중앙지법 입찰법정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응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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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이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닥쳤던 7일 오전. 바깥 기온과는 반대로 경매시장은 첫 개시일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새해 처음으로 서울 강남권 물건의 경매가 이뤄진 서울 중앙지법은 입찰이 시작된 오전10시부터 약 400여명의 응찰자들이 몰려들어 법정 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통상 오전11시10분에 마감되는 입찰서류 접수도 10분 가까이 지연됐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법정 바닥에 앉아 낙찰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동행한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날씨와 교통상황이 나빴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며 "오늘 경매가 올해 경매시장의 흐름을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시장은 낙찰률이 상승한 반면 낙찰가율은 하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선 낙찰률은 전체 172개 물건 중 67개가 새 주인을 찾아 3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중앙지법 평균 낙찰률(33.8%)보다 5%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다. 반면 낙찰가율은 76.3%로 지난해 평균(79.7%)보다 3%포인트 이상 내렸다.
통상 낙찰률이 오르면 낙찰가율도 따라 오르기 마련이지만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 경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많지만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시장 상황과 자금동원 능력 등을 고려해 입찰에 나서는 '짠돌이' 응찰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5억원에 낙찰됐던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형은 이날 경매에서 13억6,110만원에 낙찰돼 6개월 새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강 팀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적용 이후 10억원이 넘는 고가 물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며 "당분간 고액 물건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경매에서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도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한 빌라(대지지분 111㎡)는 28명이 동시에 입찰서류를 써내면서 최저가 6억4,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비싼 8억3,222만원에 낙찰됐으며 강남구 역삼동의 전용 31㎡형 오피스텔 역시 같은 경쟁률을 보이며 최초 감정가보다 200만원 비싼 2억2,200만원에 낙찰됐다.
법원 집행관이 이들 물건의 경쟁률을 알려줄 때마다 곳곳에서 커다란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중앙지법 경매에 꾸준히 참석해왔다는 한 주부는 "지난해의 경우 경매시장이 되살아나자 유명 연예인이나 대학 교수 같은 인사들의 입찰도 많았다"며 "좋은 물건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낙찰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