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스트레칭·좌욕 생활화하세요

쌀쌀해지면 오는 불청객 '치질'… 이렇게 예방을
장시간 앉아있는 자세땐 항문부위 자극해 상태 악화
배변시간 10분 넘지않게 화장실서 책·신문 피해야

의료진이 치질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치질 발생이 늘어나는 만큼 따뜻한 좌욕 등으로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경제DB


직장인 윤성태(35ㆍ가명)씨는 날씨가 한층 쌀쌀해지는 이맘때쯤이면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진다. 변을 볼 때 항상 통증을 느끼며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등 치질 증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는 '치핵'은 남녀 모두가 걸릴 수 있는 흔한 질병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치핵ㆍ치열ㆍ치루 등 치질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2007년 74만명에서 2012년 85만명으로 매년 약 2.7%씩 느는 추세다. 치질은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심지어는 의사 앞에서도 말하기 쑥스러워 한다. 따라서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치질로 인한 통증과 출혈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 치질 환자가 많아지게 된다.

대장항문전문병원 한솔병원의 이동근 대표원장은 "추운 날씨에 항문과 그 주변이 차가워지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치질이 악화된다"며 "치질은 발병하자마자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숨어 있던 치질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상남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치질환자의 고통은 더 심해진다"며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노출된 항문의 피부와 근육의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질이란 항문질환을 통칭하는 일반 용어다. 치질은 항문이 감염돼 고름이 터져 나오는 항문주위농양과 치루, 항문 부위가 찢어지는 치열, 항문의 혈관이 부풀어 생기는 치핵을 통틀어 부른다.

윤 교수는 "치핵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이 악화된다"며 "항문에 중압감이 있고 가려움증이 느껴진다면 치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치질질환의 60~70%를 차지하는 것이 치핵이다. 치핵은 항문관 벽을 이루고 있는 항문쿠션조직에서 발생한다. 미세한 혈관 덩어리로 구성돼 있는 항문쿠션조직은 항문이 잘 닫히도록 하는 수도꼭지의 고무패킹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배변시 대변의 덩어리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오고 배변이 끝나면 다시 항문관 안으로 다시 들어가 더 이상의 대변이나 액체가 직장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을 방지한다. 이런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노출된 상태를 치핵이라고 부른다.

치핵은 크게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구분한다. 항문 입구에서 2~3㎝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이빨 모양처럼 생긴 치상선이 있는데 치상선 위쪽에 생기는 경우를 내치핵, 치상선 아래쪽에 생기는 경우를 외치핵이라고 한다.

내치핵의 경우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치핵이 항문 밖으로 뒤집어져 나와서 피가 통하지 않는 상태가 돼 붓고 아픈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증이 없다. 반면 외치핵은 때때로 혈액이 뭉쳐 혈전을 이뤄 팽창되므로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

치핵은 항문쿠션조직의 노화에 의해 발생되므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된다. 하지만 체질, 유전적 소질 등에 따라 다르다. 가족 중에 치핵으로 고생한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치핵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변비가 있으면 과다하게 힘을 주게 되고 굵고 딱딱한 변이 항문관을 지나가면서 항문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항문질환이 생기게 된다. 설사를 하게 되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항문부위를 자극해서 항문에 염증을 일으키고 상태를 악화시킨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장시간 대변을 보게 되면 항문쿠션조직이 확장돼 탈출이 심해지므로 배변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직업, 특히 앉아 있는 자세, 지나친 음주, 임신, 출산 등이 원인과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 간경화, 복강 내 종양 등도 치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서는 '급성 혈전성 치핵'이 많이 발생한다. 급성 혈전성 치핵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환부가 작고 별다른 이상이 없던 치핵이 갑자기 부어 오르면서 밤톨만한 크기로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보통의 치핵은 피가 비교적 잘 순환돼 만져보면 부드럽지만 급성 혈전성 치핵은 혈관에 피가 엉기면서 혈전을 만들기 때문에 딱딱하다. 급성 혈전성 치핵이 생기면 평소 대변을 볼 때 밖으로 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던 치핵이 크게 부어서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고 통증이 심해진다.

옷을 두껍게 입어도 등산을 가거나 장시간 외근하는 등 추운 실외에 오래 있으면 항문 혈관은 수축된다. 차가운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거나 여성이 겨울에 속바지 없이 미니스커트만 입어도 문제가 된다. 피로와 스트레스ㆍ음주ㆍ수면부족, 무리한 배변 등도 급성 혈전성 치핵의 발병을 부추긴다.

치핵은 그 정도에 따라 수술이나 비수술적요법을 선택하게 된다. 윤 교수는 "항문쿠션조직과 점막ㆍ피부는 정상적인 항문기능을 위해 모두 필요한 인체조직"이며 "무조건 수술을 하기보다는 항문협착이나 항문실금이 생기지 않도록 전문의를 찾아서 효과적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핵으로 인해 잦은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초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반복적인 출혈이 있는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또 쪼그려 앉거나 걸을 때 그리고 운동할 때에 덩어리가 밖으로 밀려나오는 경우, 배변시 항문 밖으로 덩어리가 밀려나와서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거나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 항문이 자주 붓고 아픈 경우도 초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간혹 치핵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핵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항문 출혈이나 항문을 포함한 회음부의 불편감이 '대장암'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항문출혈의 원인은 다수에서 치핵이지만 대장암의 초기 증상도 항문직장 출혈인 경우가 있으므로 치핵이라고 자가진단하지 말고 반드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수술 후에 항문 관리를 잘 해줘야 수술 부위 상처가 덧나지 않으며 항문 주변을 따뜻하게 유지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치질이 있는 사람은 평소 냉기와 습기를 차단하고 온기를 보존해주는 깔개를 사용하고 귀가 후에는 5~10분 온욕이나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좌욕은 청결 유지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급성 혈전성 치핵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줘야 하고 과음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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