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들 환경보호 나 몰라라

자기 컵 가져가도 할인 안 해줘…일회용품 줄이기 생색만

직장인 김미정(28)씨는 최근 신문을 통해 1회용 종이컵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본 이후에는 개인용컵(텀블러)을 갖고 다닌다. 건강에 좋지 않은 종이컵 대신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마시기 위해서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 김씨는 1회용 컵 대신에 텀블러를 사용하면 커피 값을 할인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당수의 커피전문점들이 할인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러 커피전문점을 돌아다닌 끝에 간신히 할인을 해주는 브랜드를 찾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각계각층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종이컵 등 1회용품 사용이 많은 커피전문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커피전문점들이 개인용 텀블러나 매장내 머그잔 사용자 등 재활용품 사용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유명브랜드 커피전문점 가운데 최다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이디야를 비롯해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파스쿠찌 등은 텀블러와 머그잔 사용시 별다른 할인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텀블러를 가지고 가면 300원씩 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머그잔에 대해서는 할인이 없고 할리스커피의 경우 10%의 텀블러 할인을 적용하고 있었다.

커피빈의 경우만이 텀블러와 머그잔 구별없이 300원 할인혜택을 주고 있었다.

주부 박수정(36)씨는 “머그잔의 경우 세척 등 관리비용이 들어가서 할인을 못해주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텀블러 할인을 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커피전문점들이 말로만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재활용품 사용자에게는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1회용 컵 사용 줄이기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는 소극적인 정부 태도의 영향도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9년부터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과 협약을 맺고 종이컵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달성 목표조차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컵은 플라스틱에 비해 재활용이 쉽고 국민 편의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론이 있어서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올해 중순부터 종이컵 사용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등 협약을 보다 강화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보호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커피점 업계에서는 뒤늦게 1회용품 사용줄기기 캠페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디야 관계자는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에코캠페인 등을 본사차원에서 준비중”이라며 “텀블러 사용시 할인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매장에서의 텀블러 사용건수는 130여만건으로 전체의 1~2% 정도이고 머그잔 사용을 포함한 재활용품 사용건수는 전체의 25% 수준”이라며 “직원들에게도 손님들에게 머그잔과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관련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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