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김준홍과 개인적 돈거래… 횡령 아니다"

회삿돈 임의인출 공소사실 반박… 항소심 당시 진술과도 상반돼
SK 횡령사건 진실공방 재점화

SK그룹 횡령 사건의 중심인물로 꼽히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측이 법정에서 자신과 최태원 SK그룹 형제에 씌워진 횡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는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항소심 재판 당시 진술과는 상반된 주장이라 SK 횡령 사건의 진실공방이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고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최태원 회장 형제와 공모해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공소사실은 사건의 실체를 심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등과 공모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 기소됐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일임업을 한 혐의도 있다. 2011년 초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 상태였던 김씨는 7월 대만에서 체포돼 최근 국내로 송환됐다.

김 전 고문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김 전 대표에 450억원의 금전을 3회에 걸쳐 빌린 사실은 있지만 이는 기존에도 줄곧 해왔던 김씨와의 개인적 금전거래에 불과하다"며 "차용한 금전에 연 9%씩의 이자까지 계속 지급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김 전 대표와 피고인의 연속적인 금전거래에서 450억원 부분만을 잘라 회사 돈을 임의적으로 인출(횡령)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관계가 전혀 다르다"며 "김 전 대표가 본인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앞으로 증인심문을 통해 이를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고문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최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주장하던 내용과 궤를 함께하는 반면 김 전 대표의 항소심 재판 당시의 진술과는 전혀 상반된다.

김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에서 펀드의 설립부터 자금 마련, 인출 지시에 이르기까지 모두 김 전 고문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거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대표의 증언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김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최 회장에 징역 4년,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가벼운 형을 내린 것이다.

이날 법정에는 SK그룹 관계자는 물론 김 전 대표의 변호인 등도 나와 재판을 방청했다. 다음 재판은 11월1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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