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내년부터 정책자금과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을 심사할 때 재무평가 부문을 배제하기로 해 자칫 '좀비 기업'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술성ㆍ사업성 평가와 재무제표 평가의 배점이 8대2로 돼 있는 현행 평가 시스템에서 내년부터는 재무평가를 제외함으로써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이라도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올해 말로 끝나는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을 전액 만기 연장해주기로 했다. 대출보증의 경우 점진적으로 보증비율을 축소하되 만기는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 더 연장할 방침이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퍼주기식 지원이 계속될 경우 한계기업 또는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수반된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ㆍ4분기 현재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이 국내 제조업체의 32.7%나 됐다.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말에는 1%에 지나지 않았으나 10월 말 현재 1.85%까지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데도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자생력이 없는데도 정부 지원에 기대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금융권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은행들이 건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부실기업 판정을 늦추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앞으로 좀비 기업들을 정리해나가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기술개발 지원을 비롯한 정책자금은 우선순위에 따라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입돼야 경쟁력 강화를 비롯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시적인 운영자금 부족으로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정부 지원이 더 이상 한계기업 또는 좀비 기업을 보호하는 온실이 돼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정책도 이제 덮어놓고 어려운 기업을 도와주는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될성부른 나무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