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애플 미국평결 글로벌 보편성 잃었다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새너제이 지역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 등 6건을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10억5,000만달러를 보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반면 삼성전자가 제기한 통신기술 등 5건의 특허침해 주장은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이번 평결은 글로벌 보편성에서 벗어나 자국 일방주의에 치우친 감이 있다. '둥근 모서리에 사각형' 같은 것은 애플 고유 디자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영국ㆍ독일ㆍ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의 판결을 통해 굳어진 객관적 인식인데도 불구하고 미국 배심원들은 이와 반대로 갔다. 아울러 삼성의 통신기술 표준특허에 대해서는 애플이 단 1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어 전체적으로 국수주의적인 평결 냄새를 노골적으로 풍겼다. 외신들이 이번 평결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비판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삼성은 일단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소명을 제기하고 법리적 문제를 검토하는 항소심에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디자인 특허의 모호성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무선통신기술에 초점을 맞춘 기존 소송 전략도 되짚어봐야 한다. 반독점과 자유시장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 정서를 역이용하는 방어논리를 정교하게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구글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업체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활용하는 카드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소송 결과가 어떻든 혁신적 디자인과 신기술 개발 등 소프트 경쟁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미국의 최종판결 여하에 따라 신제품 개발전략에 운신의 폭이 좁아져 글로벌 강자 입지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미국 소송을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독보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한 노선이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듯이 어떤 경우에도 고유의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연구개발 초기부터 특허 공격과 방어를 염두에 둔 독창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장의 확대와 안정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방법이다. 이는 삼성뿐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들에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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