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그 동안 시장을 지배해온 경계와 법칙들이 무너지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이종(異種) 산업과의 교배인 컨버전스(융합)를 통해 새 먹거리를 찾는 것을 넘어 ITC 업계 내에서도 기존에 볼 수 없던 시도가 새로운 수요와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ICT 기기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명백하다. 대표적인 ICT 기기인 스마트폰의 경우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3~4인치를 넘어 이제는 5인치 제품이 주류가 됐다. 5인치 제품은 처음 출시됐을 당시만해도 휴대하기 불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크고 시원한 화면을 통해 멀티미디어를 즐기는데 최적화된 기기로 통한다.
휴대폰은 통화하기 편리하게 한 손에 들어와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3.5인치 디스플레이를 고수하던 애플 조차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화면을 키웠다.
최근에는 태블릿PC의 디스플레이 크기에 근접한 6인치 제품이 출시되며'패블릿(Phablet)'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패블릿은 전화(Phone)와 태블릿(Tablet)의 합성어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가 시장을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갤럭시 노트는 5인치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감성의 펜을 탑재해 시장에서 '노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갤럭시 노트 10.1, 갤럭시 노트2 등 대형 화면에 펜을 탑재한 제품을 시리즈로 내놓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가 만든 5인치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제조사는 물론 해외 제조사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5인치 '옵티머스 뷰', '옵티머스 뷰2'를 내놓았으며 팬택은 5인치 '베가 넘버5'와 5.3인치 '베가 R3'를 출시했다.
패블릿의 인기에 힘입어 관련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패블릿 시장은 올해 6,040만대 규모로 지난해 2,560만대 보다 1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IHS아이서플라이는 패블릿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16년에는 1억4,6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2013 CES'에서도 패블릿이 단연 화제였다. 중국 화웨이와 ZTE가 각각 6.1인치 '어센드 메이트'와 5인치 '그랜드S'를 공개했으며 일본 소니는 5인치'엑스페리아Z'를 선보였다.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기기 행사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에서도 여러 제조사가 기존보다 디스플레이가 커진 패블릿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블릿 시장은 풀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본격적인 성장세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팬택이 5.9인치 풀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베가 넘버6 FHD'를 지난 28일 공개했으며 LG전자는 이르면 1ㆍ4분기 중 5.5인치 '옵티머스 G 프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풀 HD 관련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과 풀 HD 디스플레이가 결합되면서 크고 선명한 화면의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패블릿이 주도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를 '패블릿의 해'로 부르고 있으며 ABI리서치는 오는 2015년까지 패블릿 제품의 누적 공급량이 2억8,0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ICT 기기들에서도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PC 운영체제(OS)인 '윈도8'을 출시하면서 PC와 노트북, 태블릿PC를 넘나드는 컨버터블(convertible)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키보드를 붙이면 노트북, 떼면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PC '아티브'를 내놓았으며 LG전자는 노트북 키보드를 내장한 탭 북 'H160'을 선보였다. 소니, 레노버 등 외국계 업체들도 다양한 형태의 컨버터블 PC 제품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시장에서도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갤럭시 카메라'로 도전장을 던졌다. 스마트폰 OS를 탑재했기 때문에 기존 카메라들과는 사용자 환경(UI) 및 기능 면에서 차별화가 되어 있다. 특히 기존 카메라들이 와이파이(WiFi)를 통해 사진을 공유해온 것과 달리 갤럭시 카메라는 LTE 통신을 지원해 사진을 찍으면 바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