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교원평가제 '불안한 출발'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하겠습니다.” 지난 28일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한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이 말을 할 때 기자들은 순간 숨을 멈췄다. 교육부가 다음달부터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불 난 집’이 돼 버린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칫 이날 발언이 교육부의 ‘부채질’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교육의 질 개선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교원평가제는 다음달 시작되지만 이처럼 ‘불안정’한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단체의 대응 수위를 살피겠지만 예정대로 시범 실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현장 교원들의 반응을 살피며 연가투쟁 등 전면전까지 불사할 태세다. 반대의 선봉에 있는 전교조는 교원평가제로 인해 교권이 침해되고 평가자료가 교사 ‘퇴출용’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원평가에 앞서 과중한 수업시간을 단축하고 교원정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교육여건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교육여건을 굳이 대입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상식적으로 분명 타당하다. 하지만 역으로 선진적 교육 인프라 구축은 교원평가제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사안이다. 얼마 전 국회 교육위 소속 한 의원이 전국 인문계 고교 교사 5,8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설문에 답한 교사들의 절반 이상이 현장에서 학습지도 능력이 떨어지는 등 이른바 ‘부적격 교사’를 접했단다. 또 부적격 교사가 학교에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 38%가 ‘교원평가 기준 미비’를, 31%가 ‘온정주의 풍토’를 꼽았다. 자질이 떨어지는 교사들이 현장 밖으로 순환되지 않는 상황에서 젊고 유능한 교사들이 공급된들 ‘최적’의 효율성을 담보할 리 만무하다. 결국 교원평가제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교원단체의 주장은 기득권 수호를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현재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양질의 교사들이 교단에서 자녀들을 맡을 수 있도록 교원평가제의 조속한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원단체들에 ‘무조건 반대’ 입장에서 벗어나 ‘투명한 평가방법’ 마련에 힘을 쏟는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 수는 없지 않는가. 맛있게 우려낸 장은 무엇보다 학생들 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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