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금값

테이퍼링 불구 온스당 1,300달러 돌파
미 실물경기 지표부진 영향
달러화 약세에 금 수요 늘어
1,400달러선 상승 전망까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금이 올 들어 화려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시세는 이날 온스당 1,305.25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1,300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금값의 상승세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결정한 직후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금 선물 가격은 미국의 실물경기 회복세와 함께 지난 한 해 동안 28% 급락하며 1981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실제 금값은 연준이 첫번째 채권매입 축소를 결정한 직후만 해도 온스당 1,195.99달러까지 추락하며 1,200달러선마저 내준 바 있다. 이후 금값은 지속된 비관론을 이어갔으나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 결정을 전후로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온스당 1,300달러 고지마저 다시 넘어섰다.

금값이 이처럼 상승 반전에 성공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실물경제 부진이 달러화 약세를 이끌어내면서 기타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미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으며 눈폭풍 등의 영향으로 1월 소매판매도 급감했다.

금이 예상외의 '깜짝' 선전을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전망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금 강세론자들은 금값이 기술적으로 바닥을 찍은데다 신흥국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해 상승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온스당 1,300달러선에 무난히 안착한 후 1,400달러선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터틀랜드볼러틸리니그룹의 브라이언 스터틀랜드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온스당 1,275달러를 넘는 순간 1,300달러까지의 수직 상승은 예견된 일"이라며 "기술적으로 봐도 온스당 1,320~1,340달러는 무난하게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인 톰 피츠패트릭은 "금은 지난해 6월과 12월 이중바닥을 형성하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앞으로 온스당 1,434달러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반등은 '반짝 부활'에 불과하다는 약세론의 목소리가 여전히 더 우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12일자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1,05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일시적 경기침체(소프트패치)에서 벗어나 실물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게 되면 달러 강세에 따른 금 등 상품 가격의 재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요 금 수입국인 인도가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어 금 수요 하락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지난해처럼 급락 사태는 없겠지만 지지부진한 가격 흐름을 이어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도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반등으로 신규 투자층이 유입됐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연말까지 1,000달러선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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