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내란음모죄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34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김정운 부장판사)는 내란음모·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해 "민족사적 정통성이 북한에 있음을 전제로 현 정권을 타도하자고 독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우선 재판부는 논란이 됐던 RO(지하혁명조직)에 대해 조직적 실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석기가 총격 명령이 떨어질 때 강력한 집단적 힘을 발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김홍렬 역시 혁명 수뇌부에 의한 죽음의 충성을 언급했다"며 "지휘체계가 있는 조직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총책이 피고인 이석기인 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가장 논란이 많았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피고인 이석기는 군사적 충돌시 지배세력이 60여년 동안 형성한 물적 토대를 무너뜨려야 하므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직원들을 독려했다"며 "전쟁이 임박한 것을 재차 강조하며 민족사 60년 총결산을 위해 전선을 타격하는 선봉장이 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이 혁명가나 적기가를 부르고 이적물을 소지하는 등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상학습 주요내용이 주체사상과 수령론에 입각해 북한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하고 김일성에 충성을 다짐하는 것들"이라며 "사상학습이 단순한 학문모임이나 열정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국가안녕에 실질적 해악 끼칠 우려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RO 조직원 130여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 살상 방안을 협의하는 등 내란을 음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일성 등을 찬양하는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르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이 의원 등에 대해 "이번 사건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추종하는 지하혁명조직이 전쟁상황이 발생할 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고 기도했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폭력으로 대한민국의 체제를 무너뜨리려 시도한 조직적이고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수원지법 앞은 통합진보당 등 진보단체 회원 300여명과 특전사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400여명이 몰려 각각 집회를 여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 이정희 최고위원 등 진보단체가 "무죄 석방"을 외치는 가운데 보수단체들은 "종북집단 척결"을 주장하며 극한의 대치 상태를 보였으나 다행히 현재까지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2개 중대 1,200명을 법원 안팎에 배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