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향잡은 생보사 상장

지난달 말 생보사상장자문위원회에서 상장 방안에 관한 최종 결론을 도출해 그 의견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제출했다. 그동안 상장자문위원회는 업계ㆍ시민단체에 대한 의견 청취와 공청회, 오랫동안 보험을 연구한 보험학 교수들의 검증에 가까운 학술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흔적이 보인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첫째, 우리나라 생보사는 법적 측면, 운영 측면에서 주식회사라는 속성을 부인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생보사가 그동안 유배당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상호회사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주식회사가 유배당상품을 판매한 사례도 많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 자문위는 유배당상품의 판매는 경영 선택상의 문제이지 이를 판매했다고 해서 상호회사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논리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둘째, 과거 계약자에 대한 유배당상품의 배당은 적정했으며 부족하게 배당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는 유배당상품 판매시에 확정배당 등 기준을 통해 시중 금리 수준으로 보전했기 때문에 배당이 적정했다는 것이다. 즉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 부족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자가 생보사 경영에 기여한 부분이 인정돼 주식 배당 요구가 타당성을 갖게 되는 논점에 대해 과거 배당이 충분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셋째, 내부유보액은 계약자에 대한 부채적 성격으로 일종의 미할당잉여금 성격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러한 쟁점 사항에 대해 국내 보험학자들의 검증, 영국계 전문 계리법인 틸링하스트에 의뢰한 용역보고서에서도 자산할당모형을 이용한 과거 배당 적정성 분석을 검증받았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18년째를 맞은 생보사 상장 문제는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생보사의 경영 환경을 살펴보면 현행 생보사 지급여력제도상 책임준비금 이외에 별도로 4%의 지급 여력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감독 기준에서 정하는 재무건전성을 충족할 수 있다. 생보사는 주주의 증자, 후순위차입 등으로 지급 여력 기준을 맞춰왔으나 이 방법도 한계에 와 있다. 국내 생보사가 이러한 재무건전성 충족을 위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는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계속 확대해 지난 2005년 18.3%에서 지난해는 20%대에 이를 전망이다. 즉 우리나라 생보사는 지급 여력 충족과 외국 자본과의 영업전쟁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국내 생보사가 가장 애로를 느끼는 점은 자본 확충 수단이 막혀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생보사가 미상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구조에 기인하고 있다. 동북아 금융 허브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정부가 주장했고 생명보험산업이 세계 7위라는 것에 주목해 허브가 될 수 있는 우수한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생보사가 세계 7위에 걸맞은 위상을 갖춰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을 가져야 하나 미상장 형태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이다. 은행ㆍ증권 등 타 금융권은 대형화를 위한 구조조정 지원,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통한 대형화와 수익 다변화 도모 등 21세기에 걸맞은 위상과 비전을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생보사는 타 금융권처럼 이러한 비전을 구상하지 못하고 미상장이라는 굴레를 극복하지 못해 해외 진출에 역동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봉착해 있다. 보험산업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시대에 정서논쟁으로 18년을 허송하고 있다 또한 국회 재정경제위, 정무위 국감에서 대부분의 의원이 생보사의 경영 환경 애로를 이해하고 21세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제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과거 상장을 지연시켜온 국내 주식시장의 여건도 어느 때보다도 탄탄한 기조를 보이고 있어 전반적으로 상장을 위한 제반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본다. 또한 생보사 상장 문제에 대한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 청취와 실증적인 검증을 적절하게 마쳤다고 본다. 이제는 더 이상의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은 종식시키고 정부의 과감하고도 신속한 후속조치를 기대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나라 생보사 상장 1호가 탄생하기를 상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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