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생명의 전화' 163명 살렸다

'힐링통화'로 자살결심 포기


전남 지역에 사는 여대생 A씨는 지난 3월 자주 들락날락하던 자살 사이트를 통해 서울 영등포구의 마포대교에서 투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정보를 접했다. 학교 친구들이 이마에 '왕따'라는 낙인을 찍은 10대 시절부터 머릿속에 자살을 그려온 터였다.

A씨는 곧장 집을 박차고 나와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오후9시께 마포대교에 도착한 A씨는 우연히 연두색 전화기 한 대를 근처에서 발견했다. '생명의 전화'라는 문구를 본 A씨는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A씨는 "정신과 치료도 받아 보고 학교 선생님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며 "죽기 위해 상경한 마포대교에서 세상 어딘가에는 나에게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확인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고백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자살 예방 노력이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7개 생명보험사가 출연을 해 만든 민간재단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각종 사업들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재단의 사업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마포대교·한남대교 등 한강 다리 5곳과 부산 광안대교, 춘천 소양1교 등에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다.

재단은 지난 2011년 7월 민간 비영리단체인 한국생명의전화(lifeline),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등과 함께 이 사업을 시작해 한남대교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7곳에 설치를 완료했다.

지난 1년간 A씨처럼 한강교량에서 상담사와의 '힐링 전화'를 통해 자살 결심을 포기하고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 이들은 163명에 달한다.

마포대교의 전화기를 이용한 자살 시도자가 11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한강대교(25명), 한남대교(11명), 원효대교(9명) 등의 순이었다.

재단은 이 사업을 위해 2년 간 총 14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1년 이상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8명의 상담사가 현재 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

정봉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는 "생명의 전화에 대한 반응이 좋아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올해 안으로 동작대교·잠실대교·영동대교 등에도 추가로 설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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