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이윤신 원신월드 회장

'아웃렛 하면 가산동' 떠오르게 대표 패션단지 만들고 싶어요




뮤지컬 공연·도자기 공예강좌 등 고객에 문화·예술의 향기 서비스

또 찾고싶은 'W몰'로 차별화할 것

생활도자기 '이도' 디자인팀 신설… 100년 후에도 변함없는 브랜드 목표


"소치 올림픽을 마치고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피겨라는 무게에 짓눌려 완전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 말에 울컥했습니다. 저 역시 가족 같은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라는 무게에 엄마·딸·며느리라는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행복을 느낄 틈도 없이 외롭고 힘든 적이 많았거든요. 그동안 일을 줄여야지 하면서도 계속 커지는 것을 보니 역시 일은 제 숙명인가 싶네요. 어린 연아도 피겨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내 꿈을 이뤘듯 저도 끝을 한번 보려구요."

도자기 브랜드 '이도'의 창립자이자 생활도예가로 일찌감치 이름이 난 이윤신(55·사진) 원신월드 회장은 올해 사업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그가 26년간 입고 있던 도자기 장인의 옷을 잠시 내려놓고 경영에만 올인하겠다는 각오다.

올 하반기 패션 아웃렛 'W몰'의 2호점 오픈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도는 디자인팀을 신설해 '100년 이도'를 꿈꾸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이도 그릇과 음식의 궁합'을 널리 알리기 위한 '세라즈마노' 레스토랑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이도 아르쎄' 강남점 5층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오픈한 이도 아르쎄는 1·2층은 레스토랑 '세라즈마노', 3층은 이도 포터리, 4층은 이도 아카데미, 5층은 이도 컬리너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남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도예가로서 개인전도 마쳤으니 이제 도예 부분은 후배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사업가로 매진해 패션 아웃렛 W몰과 생활자기 브랜드 이도의 매출을 연 3,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매출 1조원 규모로 만들어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신월드가 운영하는 W몰은 2007년 2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패션타운에 문을 연 백화점 콘셉트의 프리미엄 패션 아웃렛이다. 지하 1층부터 8층까지 국내외 300여개 유명 브랜드들을 항시 50~9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트렌디한 백화점을 방문한 듯한 매장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아웃렛으로서는 남다른 VIP 마케팅 덕분에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장이 올해 일과의 한판승부를 선언한 전장은 우선 아웃렛 사업이다. 경기불황으로 패션 시장이 위축됐지만 올 하반기 W몰이 위치한 가산동에 'W몰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기존 마리오아울렛·하이힐·W몰이 아웃렛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가산동에 또 하나의 W몰을 개점해 이곳을 아웃렛 타운으로 승격시켜 놓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는 마리오아울렛·하이힐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같이 가야 합니다. 서울 시민들이 파주나 여주 아웃렛 등 외곽으로 나갈 필요 없이 서울시내 가산동으로 올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합쳐 '아웃렛 하면 가산동'이 떠오르는 패션 단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거죠."

W몰 2호점은 1호점과 브랜드 구성을 달리해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은 물론 1호점에서 성공한 예술·문화 마케팅을 그대로 접목해 프리미엄 아웃렛 이미지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뮤지컬 공연이나 도자기 공예 강좌는 물론 문화홀에서 정기적인 음악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W몰 2호점을 다른 지역이 아닌 가산동에만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W몰을 운영하는 원신월드의 모태인 '원신통상'이 바로 과거 섬유·봉제 공장 등 제조업의 산실인 옛 구로공단, 즉 가산동에서 시작된 만큼 이 지역 자체가 저력을 품고 있다는 게 그의 답이다. 이 회장은 "구로공단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춧돌이 된 산업역군의 일터인 동시에 의류 제조공장으로 지금의 원신월드를 있게 한 내 부모의 삶의 터전"이라고 회고했다. 원신통상은 제일은행 행원이던 이 회장 어머니가 이 회장 아버지인 이우혁 원신월드 명예회장에게 제조업을 제안해 1981년 7월 탄생했다. 인기 청바지 브랜드 '죠다쉬' 등을 만들며 패션제조업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원신통상은 1985년 일본과 미주 지역 수출전문업체인 '원신사'로 간판을 바꿔달며 점퍼·블루진·면바지 등 유명 브랜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패션전문 내수 업체로 성장했다. LG패션의 우수협력업체로 10년간 신사복을 제조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1996년 자사 신사복 브랜드 '빌리켄'과 '핀치오'를 론칭해 국내 처음으로 아웃렛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듬해인 1997년에는 국내 최초의 패션전문 팩토리아웃렛 '원신아웃렛'을 개점해 2001년 설립된 마리오아울렛보다 4년 앞서 국내 아웃렛 유통의 포문을 열었다. 2005년 원신사는 '원신월드'로 사명을 바꾸고 2007년 원신아웃렛의 전면적인 리뉴얼을 통해 백화점 형태의 100% 직영 시스템 통합, 운영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W몰을 론칭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12년 초 이 명예회장의 무남독녀 이윤신 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은 "언젠가는 물려받아야 할 가업인 만큼 2007년 리뉴얼에도 관여하고 유통 및 회계 공부는 물론 컨설팅도 받았으며 2010년부터 매일 원신월드로 출퇴근하며 자연스럽게 경영수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 취임 후 W몰은 향기 나는 공간으로 피어났다. "각박한 일상에서 인간과 물질이 줄 수 없는 위안과 평화를 주는 게 바로 예술"이라는 그는 "이를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W몰을 통해 예술을 만나고 이곳에서 감동과 위안을 받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행사나 이벤트를 통해 매출이 오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예술을 통한 감성 마케팅은 시간이 지나면 매출로 나타난다"고 확신했다. 아울러 W몰에 오면 '대접받고 간다'는 생각이 들도록 고객서비스(CS) 부서를 신설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입점 업체들과 동반성장을 위해 야유회를 여는 등 생각을 공유하는 데도 힘썼다. 그 결과 지난해 포인트카드 회원 수는 52만명을 돌파했고 이 회장 취임 후 VIP 고객 수는 15%나 늘었다. W몰과 더불어 그의 또 다른 분신은 생활도자기 브랜드 '이도'다. '이윤신의 도자기'라는 앞 글자를 딴 이도를 통해 이 회장은 도예 작품을 식탁 위 예술로 승화시키며 수공예 그릇의 대중화에 힘써왔다.

1990년 이도의 전신인 도자기 브랜드 '아락(모두 즐겁다)'을 창업한 이 회장은 이듬해 첫 개인전에서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1992년 인사동 쌈지길에 소규모 로드숍을 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매출이 급상승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는 신세계백화점 4곳에 입점해 있으며 곧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그릇은 기본적으로 음식을 돋보이게 해야지 지나친 장식은 음식에 방해된다는 게 그의 그릇 철학이다. 아락 창업 당시 이 회장은 만든 그릇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다 버리기를 수십 차례 끝에 음식이 담기는 부분은 유약을 처리하고 나머지 부분은 점토가 보이게 하는 기법을 터득했다. 이로써 음식을 돋보이게 할 수 있게 됐으며 지금의 이도를 대표하는 라인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 도예의 식탁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복합문화공간 '이도 아르쎄'를 오픈했다. 현대 도자 및 공예, 생활문화와 관련된 전시도 하고 젊은 도예작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와 요리 수업, 이도 그릇의 테이블 세팅을 배우는 이도 컬리너리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올 1월에는 1층에 갤러리형 브런치&다이닝 레스토랑 '세라즈마노'를 열고 음식과 수공예 그릇의 조화를 알리기 시작했다. 세라즈마노는 이도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레스토랑으로 우아한 식탁 문화를 널리 전파하며 음식을 통해 이도를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장은 올해 세라즈마노 직영점을 2~3개 추가로 열어 이도의 아이덴티티를 알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도가 급성장하면서 디자이너로서 비중이 줄어든 대신 운영자로서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 작가와 경영자의 갈림길에서 잠시 슬럼프를 맞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매출이라는 현실과 예술이라는 지향점 사이에서 접점을 찾던 그는 지난해 여름 디자인팀을 신설했다. '디자이너 이윤신'이 없고 '경영자 이윤신'만 있더라도 이도가 순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전 샤넬을 무척 좋아해요. 샤넬이 죽었어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것처럼 이윤신이 없는 100년 후의 이도가 '이윤신의 이도' 색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정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회장도 워킹맘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일과 가사와 육아에 힘겨워하던 시절을 보냈다.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고 결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다 엄마를 희생하는 존재로 설정한 그는 남편, 시부모, 하나뿐인 딸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5년간 시아버지를 모시며 며느리로서 의무도 다했고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가족과의 유대감을 잃지 않기 위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지나 보니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워킹맘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귀한 시간을 가족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보낸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관리다. 그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과시했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일주일에 세 번씩 개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즐긴다. 주말에는 지나쳤던 TV 프로그램을 보며 넋을 잃고 실내 자전거를 타는 일이 일상이다. 운동과 함께 또 빼놓을 수 없는 성공한 경영인의 취미는 독서다. 이 회장은 특히 실패과 성공이 담긴 한 인물의 일대기를 엿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도 내 인생을 만족시켜줄 수 없고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전기류를 읽고 깨닫죠. 인생을 순탄하게 시작했지만 실패로 끝난 수많은 인생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주인공이 실패와 좌절과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한 인간의 역사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연습을 합니다."











● 이윤신 회장은




△1981년 홍익대 미술대학 공예과 △1983년 홍익대 대학원 졸업 산업디자인 전공 △1986년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교대학원 졸업 도예 전공 △1986년 도자기 공방 '아락' 창업 △1990년 ㈜이윤신의 이도 창업 및 대표이사 △2012년 원신월드 W몰 대표이사 △2013년 원신월드 W몰 회장













구로공단 패션산업 잇는 아웃렛 대표 PB 브랜드




● W몰 빌리켄은




정통 신사복 '빌리켄'은 국내 최초의 아웃렛 전문 브랜드다. 지난 1996년 탄생한 후 2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굳건히 살아남아 W몰을 대표하는 PB(자체 상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빌리켄'은 섬유패션산업 집약지였던 구로공단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구로공단의 많은 패션업체들이 직접 제작한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빌리켄'만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원신월드가 패션제조업체로 기반을 닦아 1997년 원신아웃렛, 2007년 W몰을 운영하는 중견 유통기업으로 자리잡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빌리켄'은 원신월드의 경험과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일반적으로 신사복 브랜드들은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의 유통망을 갖고 있지만 '빌리켄'은 W몰 4층에 위치한 36㎡ 매장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몰 남성복 부문에서 높은 매출을 자랑한다. 최근 들어 비즈니스 정장 붐이 일면서 신사 정장 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성과라 할 만하다. 단 한 개 매장에서 2007년 연매출 6억원을 기록한 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해 지난해에는 14억원을 돌파했다.

주고객층은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30~40대 남성들이다. '빌리켄'은 원단 소재와 봉제 및 생산도 100% 국내산을 고집한다. 기획·생산관리·판매를 직접 하기 때문에 신사정장 가격도 29만~36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성돼 있다. 노세일 브랜드인 만큼 그동안 가격할인 없이 정찰제를 유지해 고객 신뢰도를 높였고 이는 꾸준한 매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원신월드 측은 설명했다.

사이즈 체계가 다양한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경기불황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큰 여러 신사복 브랜드들이 사이즈 다양성을 줄인 반면 '빌리켄'은 사이즈 체계를 섬세하게 분류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기성복 위주로 판매하지만 고객 사이즈에 맞게 주문할 수 있는 '이지 오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빌리켄'은 제품을 개발할 때 고객 의견을 시즌별로 반영해 주 고객층이 원하는 스타일 디자인, 사이즈, 컬러 스펙 등을 고려해 생산한다. 디자이너 생각이나 트렌드를 예측해 디자인에 반영하고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보다는 고객 니즈를 중점적으로 선별해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상품 기획 적중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사진제공=원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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