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대담:이용웅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yyong@sed.co.kr
"금융회사 해외진출 길잡이 되겠다"
프로젝트 보증통해 신용도 높여 부가가치 엄청난 '돈 수출' 도울 것
내년 '무역투자보험공사'로 바꾸고 영화·농수산업등 다각 지원 검토



[월요초대석]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대담:이용웅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yyong@sed.co.kr"금융회사 해외진출 길잡이 되겠다"프로젝트 보증통해 신용도 높여 부가가치 엄청난 '돈 수출' 도울 것내년 '무역투자보험공사'로 바꾸고 영화·농수산업등 다각 지원 검토 정리=김민열기자 mykim@sed.co.kr “글로벌 투자은행보다 신용도가 떨어져 대출금리 경쟁력이 뒤처지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대한민국 수출의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는 조환익(사진) 수출보험공사 사장은 최근 베트남과 라오스 출장에서 현지 국영기업과 관료들로부터 쏟아지는 ‘러브 콜’에 깜짝 놀랐다. 이들은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유치하려면 수보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조 사장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수보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한국의 건설업체나 플랜트 회사들이 베트남 정부 인사나 국영기업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국내 금융회사들이 뒷받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국내 은행들의 염원 가운데 하나가 해외에서 전주(錢主)가 되는 것인데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높지 않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수보의 프로젝트 보증기능 등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풍부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선박금융의 경우 발주자들이 금융실적 10~20위권 이내로 입찰을 제한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등으로 대출참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보가 프로젝트 발주 상담 초기단계부터 발주자를 적극 설득한 결과 현대중공업의 중동 지역 최대 발전ㆍ담수설비 건설공사 수주를 비롯해 대우 LNG버스 말레이시아 수출 등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이제 단순 수출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의 풍부한 달러유동성을 해외 프로젝트 발주자에게 금융제공의 원천으로 이용해 높은 투자수익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두달이 지났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이달 초 산업자원부 경제사절단과 함께 베트남 15-1광구 탐사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의 유전개발펀드 보험을 인수했는데 망할 경우 1,000억원을 물어줘야 합니다(웃음). 투자자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이 자원개발인데요. 위험부담이 크지만 한번 터지면 대박이거든요. 15-1광구는 상당히 탐사가 진행됐는데 잘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리스크는 있지만 수보가 보험을 해줬기 때문에 투자자금에 대한 불안도 줄었습니다. 15-1광구 외에 마다가스카르 니켈광과 몽골 석탄 투자펀드를 오는 8월 중에 민간 공모할 예정입니다. -자원개발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현재 에너지 자주개발률이 4%에 불과한데요. 일본은 오래 전부터 미쓰비시ㆍ스미토모 등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자국의 풍부한 유동성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입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해외자원개발은 초기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데 현재 지원되는 에너지특별회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민간자금이 들어가야 되는데 이 역할을 수보가 할 생각입니다. 자주개발률 목표치인 10%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사업 직접 투자는 물론 탐사단계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최근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에 적극적인데 수보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요. ▦1월부터 5% 이상 지분을 갖고 해외 투자할 때 현지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는 ‘해외사업금융보험’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갔더니 한국 기업들의 투자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건설업체는 물론 플랜트ㆍ발전설비 업체들이 베트남 정부 인사와 국영기업과 연결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더군요. 베트남은 발전소 등 투자는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10~2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가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보가 있어야 된다는 사실도 알더군요. 한국 기업들의 기술은 확실하지만 외국 은행에 비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조달능력이 떨어져 외국계 은행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빼앗기는 측면이 많습니다. -취임 이후 ‘돈 수출’ 이야기를 수차례 강조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그렇습니다. 이제 ‘돈 수출’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선박이나 휴대폰 등 상품수출에 비해 돈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가령 현대중공업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5.6%로 1억달러짜리 배 1척을 수출해 560만달러를 버는 셈인데요. 씨티은행ㆍ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현대중공업에 10년짜리 선박금융을 제공하고 매년 조선업체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배 이익을 거둬들입니다. 5월에 현대중공업이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마라피크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120억달러 정도의 보험료를 받았습니다. 정부가 연간 지원해주는 금액의 절반을 한번에 거둬들인 셈이지요. -환율하락 측면에서도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되겠죠. ▦은행의 염원 중 하나가 해외 전주가 되는 것이지만 국내 소비자금융에만 익숙해 해외 신용도가 뒤처집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차입금리도 높고요. 이런 단점들을 수출보험이 보완해줄 수 있습니다. 외국 은행들은 한국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하는데 수출보험이 보완해줄 경우 자연스럽게 국내 은행들의 참여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환율 급락이 조선업계의 선물환 매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기업이 환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을 말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시에 과도하게 물량이 나와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산자부 등 관련 부처들이 이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압니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환변동 보험입니다. 그런데 보험료가 너무 싸서 적자 상태입니다. 공적기관이 흑자를 내자고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거든요. 결국 외국은행 등을 통한 자금투자로 돈을 벌 수밖에 없겠죠. -해외기업에 대한 신용조사를 대행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용정보 서비스는 어떻습니까. ▦수보는 13개 해외조직망과 각국의 신용조사기관 등을 통해 15만여개의 해외기업 신용정보와 245개국 국별 신용도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量)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합니다. 개별 기업의 최근 수익성 개발상품이나 몇 년간 손익비율, 경영진 등을 모두 파악해야 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못 갔습니다. 수보 내에 신용정보파트가 사업부로 돼 있는데 언젠가 독립시켜야 합니다. 고품질을 갖고 수익을 내는 체제로 가야 하지만 아직은 본사 예산으로 조사활동을 하는 정도입니다. 세계 신용정보 시장이 52조원에 달하는데 한국의 민간 업체들을 감안하더라도 더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환경이 바뀌면서 조직 자체도 변화해야 할텐데요. ▦FTA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영화ㆍ농수산업 등 산업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을 검토 중입니다. 좋은 영화인데도 해외에 진출한 뒤 초기 광고비용이 없어 부가가치를 못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기에 광고비용을 조금만 주면 국내에 들어와서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많거든요. 농수산물 가공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영역으로 나아가려면 현재 법으로 안됩니다. 내년 중에 한국무역투자보험공사로 명칭을 바꿔 제반 기능을 완전히 바꿀 계획입니다. 약력 ▦50년 서울생 ▦73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81년 미국 뉴욕대 경영학 석사 ▦행시 14회 ▦84년 상공부 미주통상과장 ▦85년 주미대사관 상무관 ▦88년 상공부 국제협력과장 ▦96년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97년 중소기업정책국장 ▦99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2001년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2004년 산업자원부 차관 “떼인 수출대금도 찾아드립니다” 이라크등과 채무상환약정 잇단 체결…中企미수채권 회수 대행 서비스도 지난 6월29일 수출보험공사는 2005년 발생한 수출보험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채무상환약정'을 체결하고 450만달러를 회수했다. 지난해 3월에는 91년 걸프전 발발로 우리 기업들이 회수하지 못한 이라크 수출채권 8,400만달러를 상환하는 협정을 이라크 정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수출보험공사는 수출 기업들에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을 담보해주는 안전판 기능 이외에도 회수되지 못한 채권을 추심해 국부 유출을 막는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가 회수한 수출채권규모는 879억원.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416억원을 거둬들였다. 2004년부터 운영 중인 '해외 미수채권 회수대행서비스'는 수출보험에 미처 가입하지 못한 기업들의 수출채권도 포괄 관리해주고 있다. 수보의 한 관계자는 "중소 수출 기업들이 회수대행서비스를 통해 전ㆍ후방적 수출영업 안전망을 제공받을 수 있어 미수채권 회수를 통한 채산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신용장 거래 방식의 비중(무역협회 집계, 78.5%)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해외 미회수 채권규모도 덩달아 늘고 있다. 2005년 현재 해외 미회수 채권규모는 6억5,000만달러에 달해 관련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 미수채권 회수대행 서비스는 기업들의 채산성 향상은 물론 수보에도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회수대행을 통해 거둔 수임 실적만도 476억원에 달한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사업으로 떠오른 셈이다. 최근 3년간 수보의 당기순이익도 채권회수 기능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재 수보가 보유 중인 국내외채권 규모는 총 1조5,000억원으로 앞으로 수입자와의 장기 리스케줄링 계약 체결을 확대해 채무상환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채권회수의 실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수보는 사업전망이 유망한 수입자에 대해 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입자 지분으로 취득함으로써 장기적인 회수수익 제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출보험공사는 계약서 자금회수까지 수출 전방위지원…자원개발·해외투자로 업무영역 확대중 설립 15주년을 맞는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상담 초기 계약부터 선적 후 최종 대금회수까지 전단계에 걸쳐 전방위 지원을 펼치고 있는 종합수출 지원 기관이다. 수출보험이란 수입자의 계약파기ㆍ파산ㆍ대금지급지연 등의 '신용위험'과 수입국의 전쟁ㆍ내란 등의 '비상위험'으로 인해 수출업체와 금융기관이 입게 되는 불의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유일하게 용인되는 수출확대를 위한 정책지원 수단으로 전세계 78개국에서 경쟁적으로 운영 중이다. '수출 한국'과 맞물려 수출보험공사의 지원규모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설립 첫해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2조7,000억원으로 4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1.4%에 해당하며 전세계 수출신용기관 중 5번째 규모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온 결과 지난해 전체 지원실적의 42%(34조6,000억원)를 차지했다. 갈수록 무신용장방식(D/A, D/P, T/T 등)의 수출거래가 늘고 있어 수출대금의 미회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무신용장방식 거래는 신용장방식(L/C)을 제치고 전체 수출거래의 80% 상당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정상적으로 수출을 해놓고도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지급된 보험금도 1,544억원에 달했다. 수출보험공사의 지원이 없었다면 수출 기업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을 몫이다. 수출보험공사는 지난 5월 조환익 사장이 취임과 창립 15주년을 기점으로 '제2의 창업'을 선포했다. 변화된 무역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영역을 기존 단순수출에서 해외투자ㆍ자원개발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미 대표적인 환헤지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환변동보험을 비롯해 영화ㆍ드라마ㆍ게임 등 문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수출 지원을 위해 도입된 지식서비스수출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ㆍ해외사업금융보험 등도 최근의 교역 환경변화에 발맞춰 내놓은 야심작이다. 입력시간 : 2007/07/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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