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긴장·출입기자 질문공세 시달려
미국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은 무엇일까.
직업 치고 스트레스 없는 직업은 없겠지만 하루 24시간, 주 7일 항상 미국과 세계 정세를 지켜보며 긴장 속에 살고 매일 언론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하는 백악관 대변인처럼 중압감이 큰 직업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내 직업을 사랑한다. 나는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깊이 신뢰한다. 하지만 지금이 내가 떠날 시간이다. 책도 쓰고 연설도 하면서 워싱턴에서 2년 정도 머물다가 고향인 뉴욕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백악관 대변인 아리 플라이셔는 최근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6개월 전에 결혼한 플라이셔는 아내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7월에 백악관을 떠난다고 했다.
올해 42세인 플라이셔는 부시의 오리지널 텍사스 사단 멤버가 아니지만 대통령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었다. 원래 엘리자베스 도울의 2000년 대선 캠페인 홍보책임자였던 플라이셔는 도울이 도중하차하면서 부시 진영에 합류했다.
터프하면서도 침착한 플라이셔는 백악관 기자단을 단단하게 통제, 종종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두 개의 전쟁을 치르면서 입증한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순발력, 그리고 부시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으로 그는 역대 백악관 대변인 가운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인물로 꼽힌다.
“백악관 대변인이 받는 육체적, 정신적 중압감은 장시간에 걸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것이다. 케이블 텔리비전과 인터넷이 제공하는 24시간 뉴스는 대변인이라는 직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자리를 떠나기로 한 플라이셔의 결정은 매우 현명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 밑에서 2년간 대변인 생활을 했던 조 록하트는 말한다.
근래 들어 장수한 백악관 대변인으로는 레이건 대통령과 41대 부시 대통령에 걸쳐 총 6년 동안 근무한 말린 피츠워터를 꼽을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8년 재임기간에 4명의 대변인을 기용했다. 역사상 최장수 백악관 대변인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보좌한 스티븐 얼리로 무려 12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