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경사다.”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4차 예비투표가 열린 2일(현지시간) 오후 반기문 장관이 사실상 차기 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외신기자들이 한국 특파원에게 다가와 축하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이날 유엔본부 2층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 앞에서 기다리던 외신기자들은 이번 투표결과에 대해 ‘놀라움’ 보다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BBC등 150여명 기자 취재경쟁
0… 이날 예비투표는 오후 4시부터 시작됐지만 로이터, BBC, NHK 등 150여명 외신기자들의 취재경쟁은 1시간전부터 시작됐다. 이번 투표에서는 상임과 비상임 이사국들이 투표용지를 구별해 개별 후보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도록 한 만큼 과연 반 장관에게 상임이사국이 반대표를 던졌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이 이전 3차투표 때 보다 배이상 많았다. 도쿄 브로드캐스팅시스템의 스즈키 히로노리 특파원은 기자에게 “일본신문은 대체로 반 장관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오늘 아침 일본 정부가 반장관을 지지하기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이 반장관에게 반대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의 살림 리즈비 특파원은 투표결과를 기다리다 대뜸 “축하한다. 그가 사무총장이 될 것이다”며 기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한 영국방송 기자는 반 장관 발음을 ‘미스터 반’으로 해야 하는지 ‘미스터 판’으로 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볼턴 美대사 "潘장관에 존경심"
0… 투표시작 30분이 지나면서 투표를 마친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이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실내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6명 후보들에 대한 찬반 결과가 적힌 용지를 구하기 위해 기자들은 백방으로 뛰어다니기도. 상임이사국 중 가장 먼저 브리핑을 한 존 볼턴 미국 대사는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서서 “반 장관은 워싱턴과 뉴욕에서 훌륭하게 일한 매우 능력있는 사람이며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 찬성표를 던졌음을 내비쳤다. 뒤이어 회의장을 나온 왕광야 중국 대사도 환한 표정으로 “반 장관이 안보리의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투표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해 사실상 반 장관의 승리를 공식화했다. 순간 외신기자들은 핸드폰을 꺼내들고 본국 데스크에게 결과보고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였고 속보를 보내기 위해 기자들이 대거 회의장을 떠났다. ‘게임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압도했다. 반 장관에 밀려 2위를 차지한 인도의 샤시 타투르 후보도 인터뷰를 갖고 “내가 이번 투표에서 진게 아니라 반 장관이 이번 투표에서 승리한 것이며 나는 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진정한 패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0… 이날 유엔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개천절 기념 행사장은 반 장관 내정소식이 전해지면서 축제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존 볼턴 미국 대사와 왕광야 중국 대사가 부부동반으로 행사장을 직접 찾아 최영진 대사 부부와 환담을 나누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각국 유엔 대표와 한국 주재원들의 인사를 받느라고 최 대사는 1시간 동안 수백명의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中 "亞국가서 나와야" 적극 지지
0… 로이터ㆍAPㆍCNN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날 4차 예비투표 결과를 긴급 속보로 보도하며 반 장관이 차기 사무총장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굳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반 장관이 새로운 UN의 리더로 사실상 확정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후보자중 상임이사국으로부터 유일하게 반대표를 받지 않은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각국의 UN대사들 대부분이 그가 사무총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데 동의를 표했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이번에는 반드시 아시아 국가에서 나와야 한다며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투표에 참석했던 각국 UN 대사들을 인용하며 현지에서는 그가 사무총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데 의문부호를 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도 반 장관이 이번 예비투표 결과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가장 확실한 후임자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개인 프로필까지 상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AFP통신은 서울 시민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등 반 장관의 선출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이 사실상 유엔수장 자리를 굳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 장관이 “압도적 지지로 승리했으며 9일 열리는 안보리 공식 투표를 거쳐 내년 1월1일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직에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반 장관이 그동안 중동과 북핵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해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