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싸고 경기논쟁 가열
LG硏 "내년부터 다시 하강 가능성" 보고서각종지표 악화로 L자형 장기침체 우려도
"한국경제 몹시 우려되는 상황"
경기회복의 대세가 꺾여 다시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자는 민간연구소에서 나오고 있고 정부와 관변연구소는 후자 쪽이다.
경기 논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각종 지표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통계가 나올 때마다 비관적 전망과 분석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더블딥(Double Dipㆍ이중침체)’는 물론 ‘트리플딥(Triple Dipㆍ삼중침체)’이나 ‘회복 없는 L자형 침체’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특히 지금까지 말을 아껴온 연구기관들이 비관론을 강하게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논쟁의 확산이 예상된다. 연구기관들은 지난 5월15일 노무현 대통령이 ‘근거 없는 비관론’을 비판한 후 아예 연구 자체를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해온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당시 “몇 가지의 징후를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그래서 불안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비관적 전망을 확산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의해야 된다”고 강조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논쟁의 불을 당긴 것은 지난주 말 우리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한통의 보고서.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회복세 다시 꺾이나’라는 글에서 ‘우리 경제가 내년 1ㆍ4분기 중 수출주도 경기회복의 정점을 찍은 뒤 하강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회복다운 회복을 경험하지 못한 채 내년부터 다시 하강하면 2003년 1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침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수출호조세가 둔화되면서 내수침체가 계속될 경우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수출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최고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으며 수출과 내수의 단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더블딥의 우려가 앞으로 트리플딥이나 장기침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블딥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적지않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우리 경기가 조금 올라가는 것 같다가 조금 정체된 것”이라며 하강조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측 입장은 더 확고하다.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 동행ㆍ선행지수가 두달째 하락했다는 것만 가지고 경기가 하락국면으로 꺾였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최소한 6개월은 봐야 정확한 추세전환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수출은 잘되고 내수가 부진한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 것 같다”며 “내수만 살아나준다면 국면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더블딥을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문제는 시간에 있다. 4~6개월 후면 현재 상황이 바닥이냐 아니냐를 증빙해주겠지만 그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 있다. 10년 장기불황을 견디며 회복기를 맞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의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7-04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