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서 한발후퇴 논의 활기띌듯재계 '주5일근무 조건부수용' 입장변화
재계가 22일 비록 7가지 전제조건을 내걸긴 했으나 주5일 근무제를 수용, 종전 「절대불가」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경총의 발표에 대해 『주5일근무제 수용을 명시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그나마 진전』이라면서도 7가지 전제조건은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시키는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타협점을 찾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재계가 내건 7개 전제조건이 그동안 「안된다」는 막연한 입장에서 벗어나 쟁점을 수면위로 부상시켰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재계의 전격 수용배경=이번 경총의 「주5일제 조건부 수용」으로의 후퇴는 정부의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연내 노사간 합의 도출 압박과 함께 주5일제근무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계의 근로시간 단축 수용을 요구해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선정 노동부장관도 지난달 26일 노사합의 없이도 법개정이 가능하다며 재계를 압박했다.
이는 노동계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해결하지 않고는 총파업을 비롯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조남홍(趙南弘) 경총 부회장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및 정치권의 입장천명, 사회분위기 등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수용의사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반발, 합의까진 아직 먼길=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경총이 제시한 7개 전제조건이 장시간 노동을 줄인다는 근본취지에 반한다고 보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1국장은 『재계의 주장은 인건비 상승만 고려한 종전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동계는 경총의 전제조건중 월차유급휴가 및 유급생리휴가 폐지, 연차유급휴가 상한선 설정, 할증임금률 25%로 인하 등은 주5일 근무의 효과를 없앤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50%의 할증임금률을 25%로 줄이는 제안에 대해서는 연장근무에 따르는 비용감소로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제 탄력적용 확대, 근로시간 및 휴일·휴게 비적용범위 확대 등도 고용안정을 해치게 돼 결국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재계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협상테이블로 가지고 나와 대화가 불가능해질 경우 현재 참여하고 있는 노사정위 탈퇴는 물론 장외투쟁, 국회입법활동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질 수 없는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을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재계가 내건 전제조건은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재계가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꺼집어 냄으로써 앞으로의 협의도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 모두 노사정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조영주기자YJCHO@SED.CO.KR
입력시간 2000/06/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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