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이즈미 준노스케 지음, '관우'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영웅 중 한 사람인 관우는 대만ㆍ홍콩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화교권 국가들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법정에서는 판사나 검사들이 관우상 앞에서 공정(公正)을 서약한 뒤 재판을 시작하는 일이 보편적이며, 대만에서는 인구의 20% 가량이 관우신을 숭배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홍콩의 한 경찰서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의례 경찰서 안에 모시고 있는 관우상 앞에 가서 사건의 조기해결을 기원한 후 출동한다고 하니 관우에 대한 아시아인의 숭배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신간 '관우'는 관우가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까지 신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밝히고 있다.
물론 관우가 신의 위치에까지 오른 데는 대중적 인기를 얻은 '삼국지연의'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수많은 소설 속 인물 가운데 유독 관우만 아시아에서 광범위하게 추앙받는 것은 매우 독특한 현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기자 출신이며 현재 유통경제(流通經濟)대학 교수로 있는 저자는 그 배경에 대해 국가적 신앙이 필요했던 역대 중국 왕조의 정책적 지원을 이유로 든다.
그는 "어느 시기까지는 관우는 물론 유비, 장비도 거의 신의 반열에 함께 있었다. 그러나 11세기초 송 왕조가 관우 신앙을 국교로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원ㆍ명ㆍ청에 이르기까지 중국 왕조들이 관우를 국가적 차원에서 신으로 모셨다.
이는 백성들의 충성심을 고양하고 나라의 부강을 바랐기 때문이다"라고 관우의 신격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금도 관우를 모시는 사당을 짓는 등 관우 관련 사업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넉넉하며 국민의 참여 또한 높다"고 덧붙인다.
또한 저자는 이들 아시아지역에서 '관우 숭배' 현상이 상인들 사이에서 특히 뜨겁다는 점에 주목한다. 충의의 화신이었던 관우가 사후에는 부와 의리를 지켜주는 재신(財神)으로 변모한 사연은 무엇일까.
저자는 관우가 재신이 된 이유를 '삼국지연의'에 나타난 "그동안 (조조에게서)받은 금은보화를 일일이 봉해 모두 곳간에 집어넣고"라는 대목에서 찾는다.
현대의 경제관념에서 볼 때 고가의 선물을 고스란히 돌려준 관우가 신용과 이익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귀감을 삼을 만한 표본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