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서해유전을 둘러싼 논란

군산 앞바다에 위치한 “서해 2-2 광구에 대규모 유전이 있다”는 소식의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사업자인 지구지질정보를 비롯해 서해유전개발사업에 투자한 이들은 “확실한 유징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유징이 없으니 탐사권을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의 설움을 톡톡히 경험한 국민들은 서해유전의 유무를 놓고 “경제성 있는 유전이 나올 수 없는 지질구조”라는 전문가와 정부의 말을 신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의문에서 벗어나기도 힘든 형편이다. 특히 지구지질정보 등 일부 투자자들이 제기한 “정부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음모설이 평소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겹쳐 의혹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유전개발사업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음모설은 뭔가 근거가 희박함을 알 수 있다. 서해에 유전이 발견됐다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사업자’가 아닌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유전사업자도 이득을 얻겠지만 수익의 절반 이상은 먼저 국가로 귀속된다. 정부는 또 사업자로부터 세금도 걷으며 2중, 3중의 이익을 얻는다.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 정세균 장관이 “정말 경제성 있는 유전이 있다면 정부가 먼저 춤출 일이다”고 말한 뜻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정당하게 평가한 것이라도 “민간사업자가 자기 돈을 내고 하겠다는데 기회나 줘보라”는 반론도 일견 설득력은 있다. “그래도 석유가 나온다면…” 하는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끝까지 해보자는 얘기다. 문제는 돈이다. 수십억원의 추가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하다 보면 일반 국민이 적잖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정부는 염려하고 있다.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정부가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지질정보가 꼭 유전사업을 해야겠다면 지금까지 투자된 자금의 출처와 그 내역, 앞으로의 투자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향후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정부의 우려를 말끔히 걷어낸다면 탐사권을 다시 얻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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