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웃도는 고유가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2ㆍ4분기 생산량을 결정하기 위해 오는 16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개최하는 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OPEC이 석유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OPEC 내부에서는 현재의 유가수준이 적정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고유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증산도, 감산도 없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중동산 두바이유와 북해산 브렌트유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시장에서는 OPEC이 이달 총회에서 가격 안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증산조치를 취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고유가로 인해 시장수요가 낮아질 경우 OPEC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OPEC은 전통적으로 계절적 비수기인 2ㆍ4분기를 앞두고 생산량 감축을 단행해왔으나, 올해는 감산결정을 내리지 않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안정을 위한 증산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 IRNA통신은 OPEC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미 시장에는 쿼터 초과분(일명 치팅물량) 등으로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OPEC이 이번 회의에서 유가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OPEC이 합의한 생산쿼터는 이라크 생산분을 제외하고 하루 2,700만배럴이지만 치팅 물량 등으로 인해 실제 생산량은 하루 2,950만배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원유거래가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OPEC 회원국들은 달러약세로 인해 고유가의 ‘과실’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기 때문에 ‘고유가 용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원유 거래업체인 미국 엑셀퓨처의 마크 웨고너 사장은 “총회가 끝난 후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면 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 ‘생산물량 충분하다’ 고유가 공감대= OPEC내 대표적 ‘온건파’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왕세자는 7일 외교정책 보좌관을 통해 “우리는 이 시점에서 원유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으며, 지금보다 어느 정도는 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사우디가 하루 200만배럴 수준인 잉여 생산능력을 늘려 고객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증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압둘라 왕세자 역시 “국제 원유시장은 중국, 인도, 미국의 수요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히 늘어난 상태”라는 전제를 깔아 OPEC의 공급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최근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유가전망치를 배럴당 40~5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사우디가 50달러를 크게 웃도는 유가상황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4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적정선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OPEC내 강경파들은 현재 유가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의 호세인 카젬푸르 OPEC대표는 “우리는 현재의 유가 수준에 만족하고 있으며 현 상황에서 가격변화는 적절하지 않다는데 모두 동의했다”며 “OPEC이 최근 폐기시킨 배럴당 22~28달러의 유가목표대로 복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수엘라 석유장관도 “정유시설 부족과 달러화 하락 등의 문제들로 볼 때 현재의 유가는 산유국들에 공정하다”며 “OPEC 내에 가격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