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복 학교주관구매제가 교복 업계에 이어 각급 학교의 반발에 부딪히며 파행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 초 제도 도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신학기에 동절기 교복 착용을 포기한 채 하복부터 입도록 시행을 늦추라 권고하는 교육청까지 등장했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은 교복 학교주관구매제의 시행 절차를 문의하는 각급 학교에 "(입학 확정 이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라"며 "제도 도입을 내년 5월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학생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예정자에 대한 수요 조사 없이 제도를 실시할 경우 학교와 업체, 교육 당국 모두에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입생 입학이 결정되는 내년 2월17일 이후 의견수렴 과정에 들어가 내년 5월 이후 학교주관구매제를 시행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학교주관구매제는 각급 학교가 공동구매 절차를 주관, 1개 생산업체를 선정해 교복 생산을 맡기는 제도로 내년 신학기부터 도입된다.
따라서 통상 학생들이 5월 이후 동절기 교복을 벗고 하복을 입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강원교육청의 이번 권고는 일부 학교에 사실상 동복 착용을 포기하고 하복부터 입혀도 무방하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청은 강원도의 특성상 약 60%에 달하는 신입생 100명 이내의 소규모 학교들은 권고안에서 제외되고 춘천·강릉·속초 등 대도시에 위치한 나머지 40%의 중고교 중 희망 학교에 한해 이같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은 별도의 준비과정 없이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가 도입되면서 곳곳에서 현실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에서는 국가계약사업법에 기준 하는 복잡한 입찰 절차를 비전문가인 교사가 담당하면서 업무 미숙에 따른 입찰 지연 사례가 늘고 있다. 또 학교들은 입학생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가 1개 업체를 선정할 경우 학부모나 학생의 반발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개 교복 업체를 선정한다 해도 생산과 납품에 시일이 필요해 정한 기한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도 줄을 잇고 있다.
실제 교육부의 거듭된 독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유 등으로 교복 학교주관구매제의 낙찰률은 여전히 30%를 밑돌고 있다. 전국 5,495개 대상 학교 중 이날까지 교복업체를 선정한 학교는 총 1,384건으로 전체의 25%에 그친다.
교육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제도 정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업체들도 고민이 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학교주관구매제에 따라 내년부터 1개 낙찰 업체가 해당 학교 물량 전체를 책임 생산해야 하지만 상당수 학교들이 학부모 반발을 고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교복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황에서 신입생의 교복생산을 전담할 수 없다면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연말까지 학교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구매 물량이 확정된 뒤 40일 이내에 교복을 생산, 납품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하복 생산은 통상 11월께 시작해 이듬해 1~3월에 절정을 이뤄 이 시기에 동복을 생산할 경우 하복 생산에는 다시 한 번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을 시범 실시도 없이 일괄 도입한 게 문제"라며 "이대로라면 동복을 포기한 채 하복부터 입게 되는 학교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