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혁신 'SOS'에 해결사 투입… 협력사 "생산성 쑥쑥 올랐어요"

박상진(오른쪽에서 네번째) 삼성SDI 사장이 지난 11일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동반성장대축제에서 혁신을 이뤄 상을 받은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데이브 왕 폴리트로닉스 사장. /사진제공=삼성SDI

"좀처럼 생산성이 올라가질 않네요. 한번 찾아오셔서 도와주십시오."

지난 2월 삼성SDI 상생협력부서에 'SOS' 도움 요청이 접수됐다. 대만의 협력사 폴리트로닉스였다. 이 회사의 데이브 왕 사장은 "생산 공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납품기일을 제때 못 맞춘다"며 "생산성과 품질을 함께 높일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곧장 황성록 삼성SDI 구매센터 전무와 조대형 중국 시안법인 전무가 실태 파악을 위해 현지로 향했다. 두 차례에 걸친 폴리트로닉스 진단 결과 공정의 흐름에서 큰 문제가 발견됐다. 공정마다 벽으로 둘러싸여 다른 쪽 제조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었다. 한쪽에서는 바쁜데 다른 쪽은 일이 없어 쉬고 있는 경우도 흔했다.

삼성SDI는 해결사로 제조혁신 전문가 강무현 차장을 투입하기로 했다. 강 차장은 폴리트로닉스사 직원 10여명과 '이노베이션 전담반(TF)'을 만들었고 삼성SDI의 해외 법인을 찾아다니며 배울 점을 분석한 뒤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첫 번째 작업은 벽 허물기였다. 커다란 공간에 설비를 모아 재배치해 공정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장치는 자동화했고 설비 간 거리는 7m에서 4m로 줄여 동선을 최적화했다.

5개월에 걸친 혁신의 결과는 놀라웠다. 폴리트로닉스가 삼성SDI에 납품하는 PTC(과전류 차단장치)는 지난해 4,700만개에서 올해 1억4,000만개로 200% 가까이 급증했다.

폴리트로닉스는 삼성SDI와의 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삼성SDI의 부품 경쟁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동반성장대축제'에서 외국 기업 최초로 수상했다. 왕 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앞으로도 삼성SDI와 협력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폴리트로닉스 외에도 제조·산업 혁신 부문에서 래트론·대명전자·이그잭스가, 품질 혁신 부문에서 동방디지텍이 각각 삼성SDI 대표이사 상을 받았다. 동일알루미늄는 충남도지사상, 상아프론테크는 동반성장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SDI의 협력회사 대표와 임직원 50여명과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함께했다. 삼성SDI는 협력회사들과 혁신사례를 공유하고 우수회사를 격려하고자 1997년부터 동반성장 대축제를 시작해 올해로 18회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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