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연구세계] 연구성과 상용화에 주력

"지난해 노벨 화학상은 키랄성(광학 이성질체) 물질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에서 나왔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온성 액체분야에서 반드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송 박사가 이렇게 장담하는 것은 이온성 액체가 그만큼 획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이를 상업화하기가 어렵다는 점. 카랄물질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데 사용되는 촉매가 워낙 비싸 실제로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온성 액체를 사용하며 촉매를 다시 회수,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경제적이란 얘기다. 송 박사는 강조한다. "최근의 노벨상은 이론적인 성과만으로는 받을 수 없어요. 실험실을 벗어나 실생활에도 이용할 수 있어야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어요." 송 박사는 이온성 액체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1년 동안은 숨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세계적인 화학잡지에서는 원고료를 주고 송 박사에게 연구논문을 써달라는 청탁이 들어올 정도. 그는 최근 한 달간 쉬지 않고 매달려 완성한 논문을 보여줬다. 지난 신정연휴도 그는 이 논문을 쓰느라 실험실로 출근했을 정도다. 분량이 족히 수백 쪽은 넘어 보였다. "원고료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 않아요. 원고료가 문제겠어요. 많은 과학자들이 돈을 내고서라도 논문을 싣고 싶어하는 잡지에서 부탁을 받아 논문을 쓰고 게다가 돈까지 받는다는 것이 보람이죠." 거듭되는 세미나도 그를 쉬지 못하게 한다. "어제와 그저께 지방에서 클로즈드 세미나가 있었어요. 무리를 했는지 몸살에 걸렸어요."(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다)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있나요. 내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되는 오픈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또 지방으로 내려가야 해요. 제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행사예요." 그가 빠질 수 없다는 의미는 그가 없으면 행사가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송 박사의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세미나가 꾸려지기 때문. 최근 송 박사가 참가하는 세미나는 대부분 그가 중심이다. 송 박사가 이온성 액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96년. 비대칭 촉매를 연구하면서 우연하게 접하게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든 것은 99년.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세계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처음에는 비대칭 촉매라는 말 자체도 생소했다는 송 박사는 이온성 액체를 연구하기 위해 얼마 안 되는 연구비를 쪼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와 기업ㆍ연구소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대ㆍ포항공대ㆍKAIST 등과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송 박사는 요즘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상용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키랄의약품 중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시험 플랜트를 제작한 것도 이 때문. 반응기 크기만 4톤에 달한다. 시험플랜트에서 경제성이 입증되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다. "우리나라의 화학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어요.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빌려다 쓰는데 급급했죠. 이온성 액체 연구는 선진국보다 앞서 나가고 있어요. 우리나라 화학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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