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향기]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 만들어

원자 배열 자유자재로 조립해…나노에 열광하는 이유

[과학 향기]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 만들어 원자 배열 자유자재로 조립해…나노에 열광하는 이유 ‘나노 기술 이용하면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어요.’ 나노(Nano).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나노는 원래 10억분의 1m 를 나타내는 단위다. 그 크기는 머리카락을 1,000가닥으로 나눈 크기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나노에 열광하고 있다. 왜 일까. 나노 크기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특성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소비가 한층 적다. 이런 특성을 이용, 분자수준에서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술법, 인체세포보다 적은 컴퓨터 등을 만들 수 있다.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 연필심(흑연)으로 다이아몬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탄소원자(C)로 구성돼 있다. 원자의 배열만 다를 뿐이다. 연필심의 탄소원자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과학자들이 나노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나노 기술을 활용해 원자나 분자를 자유자재로 조립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나 장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나노 수준에서 소재나 부품을 만드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나노 입자, 나노 막대, 나노 디스크 등을 얻고 다루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정도다. 즉 백지 위에 찍은 나노 크기의 검은 점(입자:0차원)이나 입자를 연결한 막대(1차원), 선을 연결한 원(2차원) 등을 만들고, 그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나노 막대나 나노 디스크의 경우, 지름은 수~수십 나노 미터에 불과하지만 길이나 넓이가 수백 나노 미터에서 수 마이크로에 이르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있어, 관찰과 조작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도 한층 발전했다. 지난해 말 카이스트 조성오 교수팀은 나노 입자와 나노 막대로 구성된 3차원 형태의 나노 나무(nanotree) 또는 나노 숲(nano-foreset)를 만들어 냈다. 실리콘이 함유된 폴리머인 PDMS(polydimethylsiloxane) 필름에 방사선의 일종인 전자빔을 쬐었더니 PDMS의 특성이 바뀌면서 줄기와 수천 개의 가지로 구성된 나노 나무 또는 나노 숲이 필름 위에 대량으로 합성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교수 연구팀은 나노 입자로만 구성된 나노 나무(A형)와 나노 막대로만 구성된 나노 나무(B형) 뿐만 아니라, A형과 B형을 혼합하는 것도 자유자재로 제조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나노 나무는 기존의 나노입자 또는 나노막대 등보다 훨씬 더 복잡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팀의 설명이다. 나노 나무 기술을 태양전지, 나노 광학소자, 센서, 바이오 및 의료분야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수 용도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로 아이들 블록 쌓기 하듯 할 수 있는 나노 기술 시대. 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현대판 연금술이 한국에서 꽃 피기를 기대해 본다. (글:유상연-과학칼럼니스트 ) 입력시간 : 2006/03/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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