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유기농 인정 협상 GMO 여부 철저히 가려야

정부가 9일부터 이틀간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섞인 미국 가공식품을 '유기농'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인다. GMO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을 지칭한다. 생산량을 더 늘리거나 유통·가공하기 쉬운 반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협상은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유기가공식품표시제를 폐지하고 인증제만 유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양국 간에 진행될 '동등성 인정' 논의는 두 나라가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인증제도의 수준이 같거나 낫다고 인정하는 절차다. 한국이 미국의 제도를 인정하게 되면 미국 기업은 미국 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후 '유기(농)' 표시를 한 채 우리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인증기준이 우리보다 느슨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GMO가 섞인 가공식품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데 반해 미국은 용량의 5%까지 허용한다. 허용 첨가물 수도 우리나라는 78종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98종에 달한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한다면 미국은 협상과정에서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인정제도를 관철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우리 인증기준을 최대한 고수한다는 입장이나 지난해 미국의 기준을 수용한 채 동등성 인정협약을 맺은 일본의 사례를 감안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논의 결과는 앞으로 이어질 유럽연합(EU)과 호주 간 협상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유기가공식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산의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90% 이상이 수입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GMO 기준이 약한 나라에서 가공된 식품이 국내에 들어오면 먹거리 불안과 함께 우리 친환경농업의 피해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 친환경농업 및 유기가공식품 산업 보호와 국민의 식탁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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