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같이 구슬프게 우는 밤늦은 고양이 소리가 공포로 다가올때가 있었는가.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혼자 걷는데 누군가 나를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는가. 지금은 현대화되고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그런얘기는 없지만, 어렸을적 친구들과 동네 소문난 `귀신들린 집`을 장난삼아 호기로 들어가 본적이 있는가.
한번쯤 들어보고 겪어봤던 일상의 공포들이다.
이러한 일상의 공포를 소재로 끔찍한 영화로 만들어져 재미를 본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된다. 지난 6월 개봉한 일본의 시미즈 다카시감독의 `주온`이 그것으로 출시사는 아이비전 엔터테인먼트다. 이 작품은 1999년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비디오 시리즈 `주온`과 `주온2`인 것으로, 당시 일본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그 열기는 국내도 비슷해,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동원했다. 그 여세를 몰아 `주온2`가 10월중 개봉된다.
어린아이를 둔 한 남자가 부인을 살해하고 본인도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5년후, 자원봉사자 리카는 병든 노파 사치에를 간호하러 집으로 찾아갔다가 그 집에 감도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어수선하고 폐허 같은 집, 노파는 아프다기 보다는 뭔가에 흘린 듯 보이고 2층 다락에서는 의문의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얼마 안되 노파는 뭔가에 홀린듯 중얼거리다 갑자기 검은 그림자에 휩싸여 죽고 리카는 정신을 잃고 만다.
한마디로 원한으로 죽어 저주로 살아남은 집이다. 그 집에 한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모두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주온`은 피가 사방으로 튀기는 살육장면으로 눈을 찌푸리게 하는 서양 호러영화와는 달리 머리가 쭈뻣 서게 만드는 심리적 공포를 전제로 한다. 인간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원초적 욕망에서 파생된 개인적인 원한과 저주를 다룬다. 그 원한과 저주의 개인적 파국은 `가정(집)`이라고 하는 안식처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에서는 불륜이라는 사건을 통해 가족이 파괴되는 사건을 다룬다. 침실, 부엌, 계단들이 공포의 무대로 변하고 심지어 그 공포를 피해 숨어든 이불 속까지도 그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극한 상황을 연출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