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0일부터 회기 30일간의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기국회처럼 정쟁에 밀려 예산안 심사를 비롯한 민생법안들을 제대로 처리할지 의심스럽다. 예산안 심의가 늦어지자 국회의장이 지난 7일까지로 기한을 정했지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 3개 상임위는 이마저 지키지 못했다. 이렇게 예산안 심의는 뒷전이면서도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총지출을 9조원이나 늘려가며 '선거구 사업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제 밥그릇 챙기는 데는 손발이 척척 맞은 셈이다. 예비심사를 마치지 못한 3개 상임위까지 심사를 했으면 예산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4대강 사업'을 놓고서는 죽기살기식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국토해양위가 4대강 예산 3조5,000억원을 기습 처리했다고 반발하고 여당은 강행처리를 시사해 임시국회 역시 파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회의 제 밥그릇 챙기기와 정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시간을 다투는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더 이상 늦어지면 내년 초 필요한 재정집행이 불가능해 재정 공백이 올 수도 있다. 여야당은 심사를 서둘러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지 않도록 성의를 보여야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해마다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기는 등 법을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는 경제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과 달리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정쟁을 일삼은 것 외는 달리 내세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에게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예산안 심사를 서둘러 경제위기 극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벌써 7년째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겼고 상임위 예비심의 과정에서는 제 밥그릇부터 챙기는 악습도 되풀이되고 있다. 예산심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먼저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엉망이 된 예산안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임시국회조차 정쟁에 파묻혀 파행을 되풀이할 경우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