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으로 글로벌 금리가 오르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신흥국 기업의 35%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IMF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재정안정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초저금리 기조로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흥국 채권에 투자된 선진국 자금이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기간 신흥국 기업의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3배나 늘었다.
보고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15개 주요 신흥국, 1만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은 25% 오르고 이익은 25% 떨어지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적용할 경우 "전체 차입의 35%에 달하는 7,400억달러가 채무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이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보다 더 위험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아르헨티나·터키·인도·브라질 등 4개국 기업의 디폴트 리스크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며 전체 부실위험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인도와 터키는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율이 25%를 넘어 자금유출에 가장 취약했다. 또 헝가리·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은행들은 기업대출 부실에 대비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세 비날스 IMF 자본국장은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보다 더 신흥시장에 더 어려움을 줄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정상화는 신흥시장의 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금리상승, 기업이익 감소 등의 역풍이 불면서 출구전략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보고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특히 브라질·중국·싱가포르·태국·터키 등은 2008년 이후 40% 이상 늘었다. 또 선진국의 재정적자 비율에 대해 2009년 평균 6.5%에서 올해는 3.4%로 개선되겠지만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IMF는 지난 3년간 2배로 늘어난 미국의 고금리 위험 채권, 중국의 그림자금융,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험 등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로 꼽았다. IMF는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2010년 이후 2배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30∼40%를 차지한다"며 "성장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여신의 고삐를 조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IMF는 "자금조달 통로의 불균형은 중국의 성장을 약화시키고 다른 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너무 늦게 움직이고 있지만 너무 빨리 여신을 조여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