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버펄로市와 울산市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기자의 눈] 버펄로市와 울산市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뉴욕=서정명특파원 미국 뉴욕주의 북단에 위치한 버펄로는 지금은 나이아가라 폭포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지난 70~8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중공업의 요람이었다. 세계 2위를 자랑했던 철강회사인 베들레헴스틸을 비롯해 전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ㆍGEㆍ포드 등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본사와 대규모 공장을 이곳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강경한 투쟁노선과 경직된 노사문화로 82년 베들레헴스틸은 문을 닫았다. 다른 중공업회사들도 그칠 줄 모르는 노조와의 전쟁을 버티지 못하고 생산기지를 아예 멕시코 등 해외로 옮기고 말았다. 60년대 65만명에 달했던 인구도 지금은 29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고 이전의 화려했던 산업도시의 이미지도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파업 중인 회사에 직원들이 출근할 경우 노조원들은 차량에 총을 쏴대는 등 강경 일변도의 투쟁으로 일관했다. 회사와 시정부도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쇠락을 자초했다. 한국 제조업과 노동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울산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비롯해 전국의 산업현장에서는 춘투(春鬪)니 하투(夏鬪)니 하면서 파업이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자동차 부품과 금형ㆍ주물 등 제조업체들이 한국을 등지고 중국ㆍ동남아로 공장을 옮기고 있는 것은 임금뿐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파업 등 불안한 노동시장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 일변도의 노조행태와 타협점을 제시하지 않고 직장폐쇄로 대응하는 회사측의 ‘누가 이기나’식의 노사문화가 산업공동화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들어 뉴욕에서는 한국경제 설명회를 비롯해 거래소 상장기업, 코스닥 등록기업, 개별기업의 기업설명회(IR)가 줄을 잇고 월가 투자자들은 약방의 감초처럼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물고 늘어졌다. 산업경쟁력을 잃어버린 버펄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노조의 강경노선과 기업들의 비상식적인 대응방식이 변해야 한다. 정부도 제조업에서 기술ㆍ서비스 분야로 성장엔진이 바뀌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사 마찰을 줄이기 위해 재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4-10-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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